농장 소식
2015.05.18 20:04

닭들이 미워질때 (별하늘 농장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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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들이 미워질 때

2015. 5. 18 별하늘



 

 나에게는 언제나 귀여운 닭들이지만, 정말 미울 때가 딱 두 번 있다. 한 번은 가만히 있는데 너무 세게 쪼을 때, 한 번은 서로 괴롭힐 때(심지어는 먹는!) 때이다. 쪼으는 것은 갑자기 당하면 기분이 나쁘지만, 생각해보면 그 나름의 이유를 찾을 수가 있다. 저번에도 밥을 주는 도중에 쪼길래 어떻게 너네들 배고프지 말라고 밥을 주는데 나를 쪼니!’ 하며 원망스러웠던 적이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그날 너무 빨간 옷을 입고 나왔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수탉의 입장에서는 내가 아무리 밥을 준다지만 불안하고 무서웠을 수 있지 않은가? 그랬더니 이해가 됐었다.

 그런데 정성스레 돌보는 입장에서, 자기네들 끼리 서로 괴롭히는 것은 예쁘게 봐 주려고 해도 봐 줄 수가 없다. 오늘 4, 6기에서는 격리 된 닭이 두 마리나 있었다. 한 마리는 6기의 한 수탉이었는데, 알 낳느라 등털이 다 빠진 암탉처럼 털이 거의 없었다. 바로 괴롭힘을 당한 닭인 것이다! 너무 불쌍했다. 그래서 6기를 마치고 그 아이를 조심스레 품에 안고 에이스동으로 옮겨 놓으러 갔다. 그리고 눈 다친 6기친구와 함께 놔뒀다. 그랬더니 갑자기 어디에선가 달려온 다 큰 암탉이 걔를 쪼아 털을 한 움큼 뽑아 놓는 것 아닌가! 불쌍한 그 아이는 꿻뼤뼑!(?)’하는 소리를 내며 다른 곳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쫓아가서 또 괴롭히려고 했다. 너무 화가 났다. 에이스동의 모든 닭들은 아프거나, 왕따를 당해서 온 애들이란 말이다. 털을 보아하니 그 암탉도 왕따였던 것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다른 한 마리는 다 큰 4기 암탉으로, 쪼임을 피해 산란상자 구석에 숨어있던 아이였다. 그런데도 옆에 있는 다른 닭한테 쪼였다. 머리만 숨고서 몸까지 숨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걔 입장에서는 숨었는데도 쪼임이 계속되니 이상하고 무서웠을 것 같다. 걔도 마찬가지로 옆에 끼고 왔는데 불편했는지, 불안했는지 오는내내 몸부림을 쳤다.

 무리 중에 꼭 한 마리는 왕따라는, 농장운력을 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배운 닭의 특성은 정말 좋지 않은 것 같다. 왜 한 마리는 꼭 왕따여야 하는 걸까? 그게 닭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일까? 그건 본능이기 때문에 고칠 수가 없는 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왕따들을 격리해주는 일밖에 없다. 그게 참 슬프다. 그런 일이 점점 사라지고 왕따였던 애들도 어서 치유되길 바란다.  





  • ?
    기쁜빛 2015.05.23 23:30
    정말 너무 밉죠...??ㅠㅠ 나도 연약한 암탉일수록 수탉들이 짝짓기를 하려고 막 달라들고, 서로서로 괴롭히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 속상해요. 아마 형제들을 키우시는 부모님들이 이런 마음이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째서 왕따 당하는 닭이 생기는 것일지?
    사람들의 관계에서는 어떤 이유와 과정으로 왕따가 생기는지?
    닭들과 사람들의 삶은 서로 닮아있을 수 있을지?

    그런 의문들을 우리가 함께 이야기해보면 참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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