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소식
2012.12.23 18:51

닭을 위한 풀김치, 청초액 담그기

조회 수 7320 추천 수 0 댓글 6

 

청초액은 닭을 위한 김장이다. 도시 사람들은 닭이 풀을 먹는다고 하면, 토끼눈을 뜨고 “닭이 풀을 먹어요?”라고 반문한다. 사람도 닭도 잡식성이다. 사람이 고기, 야채, 해초 등 많은 것에서 몸에 필요한 양분을 얻듯이, 닭도 마찬가지이다. 곡물, 벌레, 지렁이, 풀을 통해 닭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달걀을 만드는데 필요한 양분을 얻는다. 사람이 채소를 먹지 않으면 몸의 균형이 깨지고, 닭은 풀을 먹지 않으면 제대로 된 달걀을 낳지 못한다.

 

풀은 봄에서 가을까지는 근처에서 흔하게 얻을 수 있지만, 겨울에는 풀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겨우살이 준비로 김장을 하듯이 닭에게도 겨우살이 청초액이 필요하다.

 

청초액 담기... 요이 땅!

 

재료:맛있는 풀, 커다란 통, 계곡물, 비닐, 돌, 정성스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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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풀

청초액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풀이다. 5월에서 7월 사이의 풀이 청초액 만들기에 적합하다. 풀을 베는 시간은 새벽이어야 한다. 새벽의 풀은 땅이 주는 생명력과 하늘이 주는 에너지를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를 살기 위한 생명력을 한껏 품고 있는 새벽이슬 머금은 풀을 정성스럽게 베어야 한다. 새벽의 풀과 해가 비치기 시작한 시점에서의 풀은 다르다. 해가 나면 풀은 생명 에너지를 조금씩 쓰기 시작한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새벽의 풀과 낮의 풀을 관찰해보면 알게 된다.

 

풀의 종류는 가리지 않는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풀은 모두 약초이다. 아무리 우리가 잡초라고 무시한 풀이라도, 풀 하나하나에는 고유의 약효가 있다. 풀은 최소 5가지 이상을 섞는다. 이슬 먹은 풀이 아무리 맛있어 보여도 참아야 한다. 닭 김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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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통

통은 400~600리터 정도가 좋다. 800리터는 너무 커서 풀을 채우기도 힘들고 나중에 청초액을 퍼내는 것도 힘들다.

 

 

계곡물

청초액은 바닷물로 담그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바닷물에는 동식물 플랑크톤이 많이 있어 청초액을 발효시키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골짜기 봉화에서 바다는 3시간 거리. 그 많은 바닷물을 길어오기엔 역부족. 봉화에는 바닷물을 대신하는 계곡물이 있다. 산삼이 살포시 머리감고 갔을지 모른다. 가재가 발을 몇 번 담그고 갔을 수도 있다.

 

 

 

청초액 담그기

완벽하게 재료가 마련되었다 하더라도 담기에서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실패하기 일쑤다. 풀의 양과 물의 양이 알맞게 맞아야 실패하지 않는다. 첫 통에서 세 번째 통을 담글 때는 계산기로 풀의 양과 물의 양을 계산하여 담갔다. 그러나 풀이 늘 정확하게 통의 85%를 차지하는 것도 아니어서 나중에는 풀이 잠길 정도의 물을 넣었다. 살림하는 아줌마는 ‘감’이라는 게 있다. 이 ‘감’이 더 정확할 때도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 바로 ‘돌’이다. 아무리 풀을 잘 다져 넣어도 물을 넣으면 떠오르게 마련이다. 물 위로 풀이 떠오르면 썩는다. 그래서 장아찌 만들 때를 생각해서 풀을 절대 떠오르지 못하도록 일일이 돌을 날라다 깨끗이 씻어서 얹었다. 통 하나에 돌이 7~8개씩은 들어갔다.

 

다 준비가 되었다면 이번에는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잘 싸야 한다. 공기는 No, 적당한 햇볕은 Yes. 여름의 강렬한 햇볕은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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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

청초액은 최소 6개월은 숙성시켜야 한다. 1~3년을 숙성시키면 더 좋다. 우리가 묵은지를 좋아하듯이 청초액도 오래 숙성시키면 더 좋다. 청초액이 숙성되기 시작하면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처음 맡으면 썩는 듯한 냄새이지만, 썩는 냄새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맡아보면 알게 된다.

 

처음 만든 청초액이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전문가가 말한다. 나와 있는 자료를 토대로 담갔는데, 살림하는 아줌마의 ‘감’이 큰 보탬이 많이 되었다. 서툴지만, 생명의 순환을 생각하며 거기 있어 주어 고마운 풀을 정성스럽게 모았다. 칼이 안 들어도 갈지 않는 내가 청초액을 만들면서 낫질을 처음 해보았는데, 적당한 긴장감이 좋았다.

 

나는 청초액 익어가는 냄새가 참 좋다. 청초액 통 옆을 지날 때면 코를 벌름거린다.

 

 

청초액.jpg

 

 

 

 

  • ?
    얼향 2013.02.04 07:04
    '닭김치'라는 것도 있네요. 신기합니다. 이슬먹은풀과 산골계곡물과 돌, 햇볕이 다네요. 자연 그대로...무엇보다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담그신 것이 바로 느껴집니다. 이름도 예뻐라, 청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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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2013.06.05 00:10
    저희에게 청초액 담그는 법을 알려주신 분은 피곤하면 청초액을 한컵씩 원샷하신답니다. 보약이라고...
    아직 우리는 그 경지에는 못 오른 것 같습니다. T_T
  • ?
    몰랐어요 2013.03.21 14:55

    그 많은 통들을 채우는 것도 힘들겠네요. 저도 도시사람인지라.. 닭이 풀을 먹는지 첨 알았다는...

    이렇게 신선한 풀을 먹고 자란 닭이 낳은 알은 정말 향긋할 것 같습니다.


  • ?
    관리자 2013.06.05 00:11
    저희는 못하고 객원농업인 여러분들이 와서 해주십니다.
    인력이 굉장히 많이 드는 작업이라, 대부분의 농가에서 포기했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풀=품질이라서 포기할 수가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 ?
    궁금이 2013.03.25 08:43
    그런데, 아침이슬 머금은 풀과 한낮의 풀은 어떤 차이가 있기에 아침이슬 머금은 풀이어야 하는건가요?
  • ?
    Garam 2013.04.03 23:45

    한낮에는 볕이 강해서 풀의 수분이 말라버리고, 양분도 소모가 된다고 하더군요.
    가장 영양이 풍부할 때가 아침이슬을 머금은 새벽녘의 풀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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