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를 전해주는 산으로 둘러싸인 농장>
항상 5시30분만되면 눈꺼풀이 무거워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소리없는 아우성을 쳤다. 지난 몇주일 전부터 자람관 2로 이사를 온 나는 이제 평소보다 더욱 일찍 일어나 농장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5시20분에 출발하는 내일학교 농장행 차를 타야만 한다. 그 차를 놓치면 농장 울력을 할 방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울력을 못하게 될것이라는 긴장감에 무거운 눈꺼풀을 열어제끼고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방 밖으로 뛰쳐나간다.
사뭇 눅눅하지만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안개가 껴있는 학교에서 산안 쪽에 위치한 농장에 차를 타고 들어오니 오늘의 울력담당들이 모두 오피스 앞에 모여있다. 헛둘 헛둘 각자 몸풀기 동작을 하나씩 하면서 저마다 새롭게 시작할 하루를 깨운다. 나도 마찬가지로 몽롱한 정신을 깨우기 시작한다.
각자 몸을 풀고 일을 배정받은 뒤 짧은 묵상을 하고 흩어진다. 계사로 향하게 되면 사방에 둘러싸인 산들이 눈에 띈다. 봄이 와서인지 온통 초록색으로 뒤덮여져있다. 이제 막 아침햇살을 받은 산은 상쾌한 공기를 내뿜는다. 그 산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계사울력이 별로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싸래기 포대를 번쩍 사료포대를 번쩍 든다. 먼지가 많은 계사 안에서 일하다가 나올때면 상쾌한 해방감을 느끼기도 한다. 안경에는 입김이 끼어 뿌옇다.
닭들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까 궁금해진다. 호기심이 왕성한 중병아리들은 이리저리 계사 안을 누비고 다닌다. 내가 준 사료를 먹고 무섭게 쑥쑥 크는 애들을 볼때면 어쩔때 낯설기도 하다. 때로는 몸집이 아직 작은 애들을 보면 걱정을 하면서 격리 칸을 챙겨주기도 한다. 맡은 일을 끝내고 나오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닭들과 한바탕 하고 난뒤 우리가 급이한 사료를 평화롭게 조용하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오는 듯하다.
나는 농장에서 하루를 여는 활기를 얻어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