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548 추천 수 0 댓글 0

 

 

난 항상 문을 찾아 해맸지.

이 문을 찾으면 이 문이 벽이었고

저 문을 찾으면 저 문도 벽이기를

몇번이었을까, 난 항상 문을 찾아 헤맸고

우린 누구나 문을 찾아 헤매거늘 (아, 그래, 무엇이 한참 잘못되었었는지도 모른다. 태어날 때부터 하나의 벽을 찢고 태어난 우리들 앞에)

왜 언제자 문은 벽이었을까.

벽 없는 문을 보았는가, 벽 없는 문, 문 없는 벽, 문 있는 벽, 벽 있는 문

오, 그래, 참, 달걀이 먼저였을까, 닭이 먼저였을까.

닭이 먼저였다구? 달걀이 먼저였다구....???

 

 

 

참, 그런데, 생각나지 않아?, 어린시절

보물찾기 놀이를 할 때

보물은 늘, 그저 그런 어떤 곳에,

허름한 곳, 너절한 곳, 너무나도 보물스럽지 않는 그런 곳에

늘상 일부러인 듯 감추어져 있었기에 보물을 찾으려면 꼭 그런 보물스럽지 않는 곳을,

후미진 구석을 뒤져야만 했듯이

 

 

문을 찾기 위해

벽을 찾는 것일까.

벽을 찾기 위해

문을 찾는 것일까.

머나먼 겨울, 유리걸식의 그런 동그라미 안에 빙빙 갇힌 채로,

우린 문을 찾는다고 벽을 넘는다고 닭이 먼저냐고 달걀이 먼저냐고..... 빙빙.

 

 

 

 

 

- 김승희 달걀속의 생 90.91쪽-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내일학교달걀 구매는 이렇게 하세요!] file 내일학교 2022.05.26 279
공지 내일학교 농장은 AI 안전지대입니다! file 내일학교농장 2017.06.13 293
» [가을, 시집을 읽다가] 문(門)을 위한 애사 한결 2013.10.12 2548
26 [가을, 시집을 읽다가] 아프락사스 6 한결 2013.10.12 2611
25 [가을, 시집을 읽다가] 달걀 속의 生 2 한결 2013.10.12 2804
24 배송문의 1 secret nenene 2013.10.04 3
23 [보내는 사람을 표시해주세요] 계란주문했는데요.. 1 secret 혜원 2013.10.01 1
22 계좌번호가? 1 빈센트 2013.09.28 3230
21 홈페이지의 시작을 축하드립니다. 1 이봉주 2013.09.14 2683
20 파아란 지구 농장 홈페이지 오픈을 축하해요~^^ 1 HanulSarang 2013.09.12 2770
19 드디어 홈페이지 오픈을 하게 되었군요! 1 예진 2013.09.12 2335
18 파아란지구농장 홈페이지 오픈 축하합니다!! 1 기쁜빛 2013.09.11 2540
17 와우, 홈페이지 오픈 축하드려요~ 1 참밝음 2013.09.09 2449
16 부끄러운 고백 - 무지는 죄다! & 민중의 흡혈귀 1 한결 2013.07.29 2909
15 판촉의 달인 -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성실함과 절심함. 한결 2013.07.28 3295
14 그리운 마음글밭~ & 농장갤러리 한결 2013.07.27 2897
13 현실과 달걀 사이 - 현실은 차고, 달걀은 따뜻하다. 한결 2013.07.26 6732
12 나는 누구인가? file 한결 2013.07.25 2755
11 인생에 있어 가장 힘든시기 1 file 한결 2013.07.24 2888
10 거위털 볼펜과 황금알 file 한결 2013.07.23 4878
9 어떻게 지내세요? file 한결 2013.07.21 2720
8 밥 먹고 가요~ 예 ! ^^ file 한결 2013.07.20 3101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Next
/ 10
XE1.8.13 Layout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