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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단지 하나가 되고 싶을 뿐이다.

살았던 것들 중

그 중 아름다운 하나가,

슬펐던 것들 중

그 중 화사한 하나가,

괴로왔던 것들 중

그 중 순결한 하나가 되고 싶을 뿐이다.

 

 

나는 많은 길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길을 버리고 싶고

더 많은 꿈을 지우고 싶고

다만 하나의 꿈을 통하여

물방울이 물이 되고

불꽃들이 불이 되는

그 하나의 비밀을 알고 싶을 뿐이다.

 

 

하나를 이루기 위하여

그 하나에 닿기 위하여

 

나는, 하나하나, 소등 연습을 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가로등이 다 꺼진 어둠 속으로

솜처럼 착하게 다 젹셔져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타오르는

하나의 봉화가 되고 싶은지도 모른다.

 

 

 

- 김승희 달걀속의 생 120.121쪽-

  • 푸우 2013.10.12 12:54
    한결님이 쓴시 인줄 알고 시집 내라고 하려고 했어요. 김승희시였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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