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55 추천 수 0 댓글 1

농장일지 남들과는 다른 아이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고무장갑 색 사료 통에 사료를 들이 붓고 있었는데, 아까부터 여기 저기 털이 뽑힌 닭 한 마리가 나를 쫓아다닌다. 다리 밑으로 꼭 꼭 기어들어와 내 옆을 떠나지를 않는다. 발 옆에서 고개를 쭉 빼 들어 나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 눈빛에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서 닭을 들어 올렸더니 날개 한 번 푸드덕거리지 않고 얌전하다. 사실 전에도 이런 적이 꽤 있었다. 언제나 괴롭힘 받는 왕따 닭들이 내 곁을 졸졸 쫓아다닌 적이. 처음에는 의아했다. 무섭지도 않나? 왜 자꾸 내 옆을 따라 다니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사람의 품에 있으면 다른 닭들이 쪼지 않는다. 그걸 몇 몇 왕따 닭들은 알고 있었나 보다. 괜히 마음이 아팠다. 얼마나 괴롭힘 당했으면 사람한테 달라 붙어 떨어지지를 않을까? 품에 안고 있었던 닭을 내려 놓으면 다른 닭들이 달려 들어 왕따 닭을 쫀다. 마음 아프지만 성큼 성큼 그 자리를 벗어나도 다시 발 밑을 보면 아까 봤던 왕따 닭이 또 서성 서성거리고 있다. 마음이 아팠다. 그 애에게 좀 더 애정이 갔고, 좀 더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른 닭들과는 다르게.

 닭은 다 비슷한 생김새에.. (물론 다 다르게 생겼지만) 정말 많은 숫자 때문에 솔직히 다 똑같이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서 좀 더 아끼거나, 좀 더 정성을 붓는 닭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아픈 닭이다.

6기 병아리로 예를 들자면, 예전에 6기 계사의 복도에는 병동 삼총사가 있었다. 몸집이 정말 작았던 꼬맹이와, 눈이 아픈 수탉, 등의 털이 뽑힌(왕따로 측정된다) 수탉. 이 세 마리와는 정이 붙어버렸다. 사람 곁에 겁도 없이 다가와 사료를 먹고, 매일 같이 계사 밖으로 나가서 짝을 지어 풀을 뜯고 돌아오고.. 다른 닭들과 생김새도, 몸집도 다른 데다가 따로 밥을 주고, 따로 물을 주며 챙겨줬기 때문에 좀 더 애정이 갔었다. 꼬맹이는 내가 정말로 사랑했었다. 저 멀리 풀을 뜯으러 혼자 나갔다가, 내가 꼬맹아~~ 하고 부르면 내 쪽으로 총총 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름을 알아들은 건 아니겠지만..)

그랬던 병동 멤버들이 얼마 전 6기 계사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한참 동안 걱정이 돼서 안절 부절 못했다. 세 마리다 괴롭힘을 당할 것이 당연했고, 꼬맹이는 금새 잡아 먹힐까 봐 너무 걱정이 됐다. . 그랬는데 말이다. 얼마 전 밥을 주다 다른 아이들과 몸집이 확연히 다른 조그만 병아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꼬맹이를 발견한 것이다. 꼬맹이는 털이 확실히 많이 자라있었고, 몸집도 많이 커졌다. 괴롭힘을 당해도, 치열한 계사 속에서 애들은 훨씬 잘 컸다. 마음이 안심 됐다. 뿌듯하기도 하고 얼른 건강하게 컸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결론은, 아픈 닭들, 다른 닭과는 조금 다른 닭에게 좀 더 정성을 쏟게 되고 애정을 주게 되지만 모든 닭들에게 똑 같은 사랑과 애정을 주고 싶다.



DSC03006.JPG


DSC03008.JPG

닭과 닭의 얼굴이 만나면 하트모양~

  • 기쁜빛 2015.05.30 23:41
    산호수님도 이제 닭들을 많이 알게 된 것 같네요~ 닭들이 사람을 따를 때는 사람을 필요로 할 때이죠ㅎㅎ
    6기 격리칸의 닭들을 계사에 집어넣었을 때 많이 안절부절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많이 미안해지네요. 그래도 닭들이 계속 친구들하고 같이 살아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를 위해서는 무리에 적응을 해야 하고, 사람들이 없을 때 계사 문이 열려서 방목을하게 되면 아무래도 야생동물에 노출되어서 내가 집어넣었어요.ㅠㅠ 그래도 잘 크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니 마음이 놓이네요~

농장 운력

삼천마리의 닭, 그리고 오천 평의 텃밭?! 다양한 동식물과 함께 자라나는 내일학생들의 이야기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 농장 운력 성경준 사료배합 소감문 모레 2016.12.29 107
29 농장 운력 구운계란은.. 1 file 하늘태양 2015.06.01 377
28 농장 운력 농장일지 - 처참히 차인 수컷들 / 사진작품 file 산호수 2015.06.01 338
27 농장 운력 별 농장과제~ 바닥란도 행복하게! 3 file 반짝별 2015.05.26 100
» 농장 운력 5월 넷째 주 농장 과제~ - 농장 일지, 사진 1 file 산호수 2015.05.25 255
25 농장 운력 이른 아침의 6기들 (별하늘 그림) 1 file 별하늘 2015.05.25 113
24 농장 운력 별하늘 농장일지! (힘듦&부엽토) 1 별하늘 2015.05.25 276
23 농장 운력 2015-5-15 닭! 1 file 하늘태양 2015.05.25 128
22 농장 운력 (여담)닭이...꼈다? 1 file 별하늘 2015.05.18 96
21 농장 운력 닭들이 미워질때 (별하늘 농장일지) 1 file 별하늘 2015.05.18 424
20 농장 운력 함께하는 우리 1 file 하늘태양 2015.05.18 77
19 농장 운력 농장일기 (하늘태양) 1 file 하늘태양 2015.05.18 135
18 농장 운력 산호수 농장 과제 - 농장일지 및 작품 1 file 산호수 2015.05.18 199
17 농장 운력 별 농장과제, 닭들이 다치면 어디가요? 1 반짝별 2015.05.11 357
16 농장 운력 <활기를 전해주는 산으로 둘러싸인 농장> 옴 주간과제 1 옴님 2015.05.11 160
15 농장 운력 6기가 들어오던 날(별하늘 농장 과제) 1 file 별하늘 2015.05.11 236
14 농장 운력 농장도 이젠 여름이 다 되었구나! -하늘태양- 1 file 하늘태양 2015.05.11 139
13 농장 운력 내일학교 농장 시 한편과 사진 한장 file Hasa 2015.05.11 94
12 농장 운력 산호수 5월 둘째 주 농장 과제 (농장일지, 시, 사진) 1 file 산호수 2015.05.11 160
11 농장 운력 우린 모두, 동갑!(별하늘 농장 과제) 1 file 별하늘 2015.05.04 216
10 농장 운력 별의 농장운력 과제! "닭들아 아침을 노래하렴" 1 file 반짝별 2015.05.04 268
9 농장 운력 산호수 5월 첫째 주 농장 과제~ (시와 사진) 2 file 산호수 2015.05.04 207
8 농장 운력 푸른바다 농장일지 2 푸른바다 2015.05.04 239
7 농장 운력 밝은 마음 나누기 (하늘태양) 1 file 하늘태양 2015.05.04 193
6 농장 운력 하늘태양 농장 일기 2 하늘태양 2015.05.04 278
5 농장 운력 2015-5-26 밝은해 농장 일지 밝은해 2015.06.02 175
4 농장 운력 20150511 하늘바람 주간 성찰일지(농장 포함) 1 하늘바람 2015.05.11 123
3 농장 운력 밝은해 ! 농장일지 ! 밝은해 2015.05.04 164
2 농장 운력 내일학교 농장 주간 과제 <사진 편> file Hasa 2015.05.03 109
1 농장 운력 농장일지 20150504 하늘사랑 Hasa 2015.05.03 175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XE1.8.13 Layout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