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가?

2017-03-18

 

작성자: 김하늘

 

 

          내가 내일학교에 처음 왔을 땐 토론 기간이었다. 뭐가 뭔지 몰라서 토론을 하는 줄도 몰랐고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나도 그걸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냥 하는 거 보고 아주 가끔 용기를 내서 나의 의견을 내고 그랬다. 내가 어떤 말을 하면 학생들이 잘 들어줘서 좋았다. 생각해보니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듣는 게 재미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비정상회담’ 같은 프로그램도 자주 봤던 것 같다. 그 때 토론준비를 하면서 정말 재미있었다. 마지막에 토론하는 걸 못 보고 가서 너무 아쉬웠다. 내가 있던 팀이 이겼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내일학교에 다시 온 이유 중 하나는 토론이 재미있어서다. 이번엔 본격적으로 토론 준비에 함께하게 됐는데 저번에는 승부욕 없이 해서 즐겼다면 이번엔 이기겠다는 마음에 재미는 조금 줄어들고 부담이 조금 늘어나고 살짝 힘겨웠던 것 같다.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처음 토론했을 때 새벽 4시에 일어나겠다고 하는 학생을 보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것보다 더 말도 안 되게 새벽 2시 30분에 일어났다. 물론 첫 날에만 그랬고 그 뒤론 조금 늦게 일어났지만. 새벽에 일어나는 게 신기하고도 재미있었다. 밖이 아직 깜깜한데 내가 일어나서 활동을 하고 있는 게 신기했고 아무도 없는 학교에 들어가니 조금 무서우면서도 재미있었다.

         

          사실 조금 걱정이 됐다. 쑥쑥팀은 패밀리팀만큼 돈독한 사이가 아니었다. 화목국에 와이파이가 안 잡혀서 다들 플씨에 있고 항상 떨어져 있고 딱 팀 활동해야 할 때만 같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서로 딱히 친해 보이지도 않았고 모여도 뭔가 분위기가 축축 쳐졌다. 그에 비해 패밀리팀은 이름을 잘 지어서 그런지 서로 정말 잘 지냈다. 우리팀이 잘 화합 할 수 있을까 하태님과 같이 고민도 하고 걱정도 했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새로 팀에 합류한 물방울님과 용기님이 우리팀의 분위기를 살려줬다. 물방울님은 순수하면서 맑았다. 팀에 에너지를 줬고 책임감이 있었다. 팀장이 자리를 비웠을 때 팀을 이끌어줬고 팀원이 실수하거나 뒤쳐져도 괜찮다고 다독여줬다. 용기님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팀원의 호감을 샀다. 항상 웃고 있다. 모두가 흐뭇한 미소로 용기님을 바라보고 팀원이 용기님을 자주 놀렸다. 놀리고 싶어지는 타입인 것 같다. 그 두 학생이 팀에 합류한 후 굉장히 시끄럽고 산만해졌지만 확실히 팀의 분위기는 밝아졌다. 너무 다행이었다.

          ‘인공지능의 진화는 자연인가?’라는 토론 주제를 받고 이해하는데 몇 일이 걸렸다. 무슨 의미인지 너무 헷갈렸다. 자연이 뭔지 자연스러운 게 뭔지 갑자기 아무 생각이 안 났다. 주제에 있는 단어의 의미를 하나씩 알아보고 정의를 내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과연 우리가 내린 정의가 맞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정말 아쉬웠던 건 내가 인공지능, 진화, 자연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자료 조사를 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봐야 했었는데 생각도 안 해보고 바로 자료 조사를 하니까 내가 알아보기 전에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는지 기억이 안 났다. 박성욱 선생님께서 토론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는데 거기에 자료 조사 전에 본인 생각을 정리하는 단계가 있었다. 그걸 보고 큰 공감을 했다. 주제를 처음 봤을 땐 팀원 대부분이 인공지능의 진화는 자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점점 생각이 바뀌었다. 자연하면 초록색이 떠오르고 들판, 나무, 햇빛, 강 등이 떠올랐다. 자연에 대해 그렇게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사람들이 “이런 게 자연이야”라고 말하니까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어쩌면 모든 단어들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지도 모른다. 이걸 왜 이렇게 당연하게 여기는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생각해보면 인간은 자연인데 인간이 만든 건 왜 자연이 아니라고 하는지 궁금하다. 토론 기간 내내 자연이 뭔지 고민했다. 돌아다니면서 이것도 자연인가? 저것도 자연인가? 이게 자연인 이유는 뭔가? 항상 의문을 가졌다. 자연이라는 단어를 보거나 들으면 토론이 생각이 났다.

 

          나는 팀에게 별로 도움이 된 것 같지 않다. 의견도 내고 질문도 했지만 그 외에 딱히 한 건 별로 없다. 상대팀에게 던질 질문과 상대팀이 우리에게 던질 것 같은 질문을 뽑아야 했는데 너무 힘들고 어려웠다. 그래서 그 시간에 멍 때리고 있을 때가 많았다. 결국 다른 팀원이 했고 내가 한 일은 없었다. 내가 뭘 해야 할지 몰라서 항상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내가 스스로 무언가를 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팀장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게다가 각자 맡은 일을 하는 시간에 내가 맡은 일을 하면서 질문이 생겨서 본인의 일을 하고 있는 팀원에게 계속 질문을 했다. 그래서 그 팀원이 맡은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됐을 것 같다. 내 옆자리에 앉은 푸바님도 많이 힘들었을 거다. 그리고 하태님이 발제를 두 번하면 힘들다고 나한테 발제 할 생각을 하라고 한 적이 있다. 어쩌다 물방울님이 하게 됐지만 다음엔 나도 발제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냥 발제를 하면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고 발제 하는 사람은 멋져 보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 나는 글 쓰는 게 너무 느리다. 생각이 너무 과하게 많다.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팀원 평가서도 엄청 늦게 냈다. 괜히 나의 욕심으로 팀에게 피해 끼치고 싶지 않다. 다음 번엔 나도 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정보력이 뛰어나야 할 것 같다.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

 

          토론 당일에 내가 발제 하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떨렸다. 나는 그냥 상대팀이 하는 말을 적고 거기에서 질문을 뽑아내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긴장해서 그런지 생각이 잘 안 났다. 난상토론이 2번 다 끝나고 나서야 상대팀의 주장에 반박할 게 생겼는데 더 이상 난상토론을 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다 끝나고 우리팀이 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팀장의 표정이 어두웠고 울상이었다. 나도 덩달아 우울해졌다. 그 와중에 푸바님은 재미있었다며 하태님을 위로해주고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정말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팀이 상대팀보다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왜 우리팀이 졌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잘못된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패널티 받을 걱정을 하고 있었다. 소감을 말해야 했는데 발제 하는 것도 아닌데 진짜 떨리고 긴장됐고 목소리도 떨렸다. 다들 소감을 다 말하고 승패를 갈라야 하는 시간이 왔다. 당연히 우리팀이 질 것 같은데 굳이 이걸 해야 하나, 굳이 직접 패했다는 걸 봐야 하나 생각하며 안 좋은 표정으로 앉아있었는데 하태님의 손이 들어져서 우리팀 모두 놀라면서 기뻐했다. 그 이후론 심사위원단 분들께서 말씀하시면서부터 잘 때까지 웃고 있었던 것 같다. 너무 좋았고 그냥 좋았다. 난상토론에서 우리팀이 잘해서 토론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때 엄청난 실력으로 난상토론을 이끈 푸바님과 하태님 덕분이었다. 너무 멋졌다. 나는 절대로 그렇게 못 할 것 같다.

 

          우리팀은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맞다고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인공과 자연, 아무리 봐도 조화롭지 않지만 그걸 조화롭게 만들어야 했다. 자연이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토론을 해도 이게 답이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서로의 의견 중 누구의 의견이 좀 더 설득력이 있는지 알아봤을 뿐. 평생 이 질문, ‘자연이 무엇인가?’라는 걸 머릿속에 가지고 있으면 답이 나올까? 굳이 그 질문을 항상 내 머릿속에 넣고 다니려고 애쓰지 않아도 지금도 자연이라는 단어는 토론을 상기시켜준다.


토론 (deb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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