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학교 진로 이야기]

진로계발전문 독립대안학교는 어떻게 진로를 계발하는가

 

내일학교는 진로계발전문 독립대안학교입니다. 그러니 내일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자신의 진로를 찾아내고 계발하는 과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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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 진로란 종종 장래희망, 입시, 유학, 철밥통... 그런 것과 혼동되곤 합니다. 그래서 내일학교에서 하는 많은 활동에 의구심 섞인 물음표를 던집니다. 대체 운력이 진로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요? 식사준비는? 정원을 꼭 해야 하나요? 팀 활동 짜증나는데 혼자 하면 안 되나요? 어떻게 국영수도 안 할 수가 있어요? 이러다 저 바보되는 거 아니에요? 꼭 사회를 이끄는 리더가 되어야 해요? 편하고 즐겁게 살면 안 되는 건가요? 등등..

 

부모님들은 어릴 적 다녔던 학교의 모습과 너무 달라서, 학생들은 아직 안 살아본 인생이라 모르는 것 투성이라서 내일학교의 생활과 수업에 온전히 빠져들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일학교 1기 졸업생들이 미국에 건너가 훌륭하게 성장하는 이야기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사실 하도 많이 들어서 지겨울 정도지요. 내일학생들에게는 무슨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와 호랑이의 전설같은 느낌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요. 알겠어요. 뭐... 원래 잘 하는 사람들이었겠지. 나랑은 다르겠지. 내가 유학을 꼭 가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렇게 힘들게 살아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하나?' 가끔은 이런 말들이 학교 공간을 떠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새로운 진로코스]
서울대 고려대 수시모집에 지원하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저는 1기생들이 내일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특별해진 것처럼, 이후 기수의 학생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2년간 정원전공과정으로 활동해온 내일학교 2기 민진영(하늘사랑)과 3기 권지민(참누리)은 며칠 전 서울대와 고려대 수시모집에 원서를 넣었습니다. 왜 서울대와 고려대였냐고요? 두 학생이 지망하는 '조경환경시스템공학부'와, '원예생명공학부'가 있는 대학이고, 마침 수시모집의 특기자 전형이 그동안 정원 전공 과정으로 활동한 두 학생의 경력을 그대로 살릴 수 있었거든요. 게다가 수능조차 볼 필요가 없었지요. 수능등급기준을 폐지하는 것은 전반적인 추세이기도 해요.

 

두 학생은 흔히 말하는 '우등생'의 기준과는 멀어도 너무나 먼 학생들입니다. 모두 초등학교 때부터 대안학교를 다녔고, 그래서 국영수라고는 검정고시 볼 때 말고는 전혀 하지 않았지요. 대신 둘은 새벽같이 일어나 닭을 돌보고, 건물을 서너 채 짓고, 생애기획을 만들고, 영상을 찍고, 발표를 하고, 에세이를 쓰고,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중고 12년 내내 시험에 시달리고 과외며 학원이며 국제학교며 사교육으로 내몰린 학생들에 비해 두 학생은 객관적으로 우수했습니다. 그래서, 원서에 쓸 말이 너무나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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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인가요. 수시모집에는 '추천서'를 받게 되어 있는데, 아침고요수목원의 이병철 이사님과 쇼몽 가든페스티벌 수상자인 박성혜 작가님이 흔쾌히 써주셨습니다. 사실은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교수님께서 써주겠다고 하셨는데, 서울대 교직원은 추천서를 쓸 수 없다지 뭔가요. 성 교수님은 매우 안타까워 하셨어요. 어떻게든 꼭 가르쳐보고 싶은 학생들인데 도와주지 못하니 답답하시다고요. 조경학계의 전문가께서 그렇게 보신 것이니, 다른 분들도 두 학생을 비슷하게 바라보리라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권성주(밝은해)와 오선화(새벽), 김지우(우주) 학생이 순천만 정원에서 대학생들을 압도하는 가든 디자이너의 포스를 뽐내며 출품을 했지요. 그리고 내일학교 출신자들은 세 팀 모두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타는 기염을 토했답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평정원 페스티벌에 출품한 대학생들의 자존심이 꽤 많이 상했을 것입니다. 꼭 정원 분야가 아니더라도 이 학생들의 앞에도 민진영과 권지민처럼 여러 길이 반짝이며 펼쳐져 있습니다. 물론, 아직 진로계발 코스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내일학교에서 진행되는 여러 수업을 충실히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설레이는 앞날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역시 두말할 나위가 없지요.


[내일학교 진로 계발]
내일학교에서는 정원 말고 진로가 없나요?

어떤 학생들은 불만섞인 표정으로 물어요. '내일학교는 정원 안하면 진로가 없는 거 아니에요?' 저는 이 질문의 앞뒤가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정원에 열정을 보이는 학생들이 있어서 그 진로를 찾아준 것이니까요. 1기 학생들이 유학을 꿈꾸자 그 진로를 찾아주었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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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내일학교를 2년 반 동안 다녔던 학생이 자퇴를 했습니다. 이유는, 본인이 원하는 진로가 있는데 내일학교에서는 그 진로가 아닌 다른 길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라고요.

 

그 학생은 아직 본격적인 진로계발에 들어갈 단계가 아니었다는 점은 넘어가더라도, 솔직히 진로계발 담당인 저는 학생이 학교를 그정도로 믿지 못했다는 사실에 상당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실 예전에도 그런 사례가 있었지요. 학생이 원하는 것, 재능을 보이는 분야에 맞추어 최고의 커리큘럼과 코스를 구상해놓았는데, '국영수는 언제 하는 거냐', '대학에 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라면서 부모님이 학생의 의지에 반해 데려간 경우였습니다.

 

저는 그때도 허탈함에 한 두어달 간 의욕이 사라져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었지요. 왜냐면, 내일학교에서는 그 학생을 위해 여러 선생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받아보지 못했던 최고의 교육과 진로계발 코스를 공들여 만들었으니까요. 1천만원의 예산도 할당해놨었지요. 12년이나 교실에 죄수처럼 갇혀서 아무 의미없는 문제풀이를 하면서 몸과 마음이 병들도록 자기를 학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거든요.

 

물론 한번 만들어놓은 진로계발 코스가 닳아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 비슷한 적성과 재능, 열정을 가진 학생이 생긴다면 아마도 그 학생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일학교 진로계발의 의미]
학생 한 명을 위해서가 아닌, 새로운 교육의 모델을 만드는 과정

내일학교의 자람도우미들은 수십년간 마치 종교처럼 한국 사회에 군림해온 입시 위주의 구시대적 교육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좀 제대로 미친 사람들입니다. 선생님들은 학교를 만들고 키워가기 위해 집 팔고 땅 팔고, 적금도 깨고, 그것도 모자라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17시간을 학교에 헌신하고 있지요. 말 잘 듣는 학생이 이뻐서 잘 되게 해주려고 그러는 게 아니에요. 그럴거면 아예 대치동에 학원을 차려서 거액을 받고 입시 컨설팅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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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학생들의 진로계발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는, 우리가 내일학교를 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한국의 교육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우리가 그랬듯 수많은 학생들이 불필요하게 고통받으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알지도 못하는 채 힘겹게 살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내일학생들이 아무리 어려도, 자신들이 어떤 학교를 다니고 있는지, 본인들이 매일 행하는 과정들이 한국 사회와 전 세계의 교육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고 이해했으면 좋겠어요. 부모님들도 내 아이가 잘 됐으면 좋겠다라는 시각을 넘어서, 지금은 작지만 언젠가는 중요한 변화의 시작으로 평가될 흐름에 동참한다는 의식을 가지셨으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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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학생에게 대학입시의 의미]
내일학교의 가치를 알아주는 대학이라면 갈 만하다

저는 민진영(하늘사랑)과 권지민(참누리)의 입시 결과를 낙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내일학교의 커리큘럼을 충실히 따라와준 두 학생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알고 있고, 반면에 일반학교를 나와 서울대와 고대에 지원하고 합격하는 학생들이 어떤 수준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두 학생이 '저희가 정말 붙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기에, 저는 1기 졸업생인 민진하가 컬럼비아에 지원할 때 했던 말을 해주었습니다. '이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보고도 너희를 안 뽑는 학교라면 갈 필요 없어. 가도 배울 게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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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아이비리그에서도 손꼽히는 명문대인 컬럼비아 대학교는 내일학교 1기 졸업생인 민진하를 면접도 안 보고 합격시킴으로서 세계적 명문으로서의 가치를 내일학교에 증명했습니다. 국내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는 서울대와 고대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두 학생이 과연 어떤 자기소개서를 썼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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