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03 02:53

작은 생활부터

조회 수 114 추천 수 0 댓글 0

 

빨래.jpg

                                                                      (사진은 허핑턴포스트 지에서 가져왔습니다)

 

작년 여름 새싹학교 이동 수업은 장장 5주간이었다.

손바닥 정원 프로젝트를 하느라 3주를 홍천에서 보내고

1주는 내일학교에서 1주는 양양 동해바닷가에서 보냈다.

자람과정이라고는 하지만 5학년부터 8학년까지 한창인 청소년들이

야영을 중심으로 생활을 하게 되면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식사를 만들어 먹고 치우는 것은 해마다 늘 해오던 일이어서,

요리 수업도 있고 또 음식 만드는 일이 즐거운 학생들도 있어서

먹는 일은 그런대로 잘할 수 있다.

텐트도 각자 1인용 텐트를 사용하므로 저녁 시간 혼자 텐트에서 보내는 조용한 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

 

가장 힘이 드는 것은 빨래인데

홍천에서 3주 동안은 세탁기가 없어서 손빨래를 해야 했다.

요즘엔 다 세탁기를 사용하니 집에서 어른들도 손빨래를 하는 일이 별로 없다.

그러니 나이 어린 학생들이야 무슨 손빨래를 해보았겠는가?

비누를 옷에 칠하고 문지르는 일이 그렇게 어렵고,

또 비눗기를 다 헹구어내는 것도 많이 어려웠다.

나중에는 가루 세제를 풀어넣고 빨래를 넣은 대야에 들어가서 그냥 밟으라고 해보았다.

밟고 물로 헹구고 또 밟고…이러다 보니 빨래가 시원한 물놀이 시간처럼 즐겁기도 하였다.

그런데 다 헹구어 놓은 빨래를 꼭 짜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이 널어놓은 빨래를 밤 이슬 맞지 않게 시간에 늦지않게 걷는 것도 쉽지는 않았고.

 

그렇게 3주를 보내고 내일학교로 가서 세탁기를 사용하게 되니 오~ 이건 천국이 따로 없었다.

갑자기 문명의 세계로 진보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 세탁기도 쉬운 일은 아니였으니,

세탁기에 같이 넣고 돌리자고 빨랫감을 모아 빨아보면 재미있는 장면들을 보게 된다.

주로 하의에서 나타나는 모습들인데

우선, 바지를 속옷과 분리하지 않아 입체적으로 빨아지는 옷들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주머니에 오만 것들을 넣고 다니다가 바로 벗어서 빨아버린 바지들도 있다.

사탕껍질은 양반이고 휴지며 작업용 목장갑이며

아무튼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들어있는 채로 세탁이 되기도 한다.

 

이동 수업을 마치고 다짐을 하였다.

내년 이동 수업 전에는 의식주, 특히 빨래에 관해서는 생활훈련을 하고 이동수업을 시작하자.

그래서 좀 우아하게(?) 이동수업을 해보도록 해보자하고.

올 봄, 학생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몇 달 동안 연습해올 항목들을 정하였다.

첫째,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꺼내고 털어서 건조대에 널기.

건조대에서 걷어서 차곡차곡 개서 정리하기.

 

집에서 주로 어머니들이 그 항목을 확인해주기로 하였는데

연습 첫 주가 지나고 잘하고 있다고, 그래서 어머니가 아주 편해져서 좋다는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10번 정도 연습을 하기로 하였는데 처음부터 아주 잘하고 있다는 평들이다.

그러게, 안해봐서 그렇지 차분하게 해보면 가족들 빨래쯤이야 가뿐하게 빨아서 정리가 다 되는 것이다.

 

자기 그릇 씻기, 자기 방 청소하고 장리하기,

빨래 자기 손으로 하기, 이런 생활의 기본을 하고 나면 더 의젓해지고 단단해지는,

그래서 더 여유가 있어 즐거워지는 야외 수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XE1.8.13 Layout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