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01 16:57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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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오지 않습니다. 눈만 감고 가만히 있습니다.

좁은 집이라 이 방 저 방에 있는 아이 소음이 들립니다.

한쪽 다리로 의자 끄는 소리, 책상 위 어지러운 소리, 어느 구석을 여닫고 뒤지는 소리

그러다 침대 위로 몸을 날립니다. 오빠가 동생을 부르고 동생은 우당탕 오빠한테 갑니다.

무슨 재미가 좋은지 재잘거리고 떠듭니다. 고양이 웃음소리도 들립니다.

잠은 올 생각이 없고 귀는 아이들을 향해 쫑긋 서있습니다. 일상에 소음이 사랑스럽습니다.

이 아이들을 그대로 보고 듣는 것이 꿈속보다 평화롭습니다.

 

어느덧 7년을 꽉 채운 내일새싹학교 고참 학부모가 되었습니다.

멋진지구가 1학년일 때 이것저것 궁금한게 많았지만 질문을 못했습니다.

선생님이 귀찮아 하실까봐, 아이한테 색안경이 될까봐, 다른 엄마들 처럼 못할까봐

그냥 조용히 귀동냥 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1년 학부모 선배인 행복님 뒤에 바짝 붙어서 실수 하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겼습니다.

 

이미 오래 전에 떠났지만 선생님은 학교는 제게 여전히 낯설음 입니다.

그 낯설음에 단 한번도 질문을 못하고 학부모가 되었으니

아이와 같이 마주한 학교일지라도 낯설음은 여전한가 봅니다.

 

학교를 제대로 알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듯 합니다. 아니 오랜 시간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학교가 아이를 어떻게 대해 줄지에 대한 질문은 저에게 물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변화무쌍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멋진지구는 저보다 몸과 마음이 커졌습니다.

꿈나무는 아직 꼭 끌어 안고 있지만 버둥거림이 큽니다. 곧 놓칠 것 같습니다.

많이 자랐고 성숙해 졌습니다.

아이들 1학년 때부터 사진을 쭉 훑어 봅니다. 이런 적이 있었나 싶게 기억이 간지럽습니다.

표정 하나하나에 미소가 떠오릅니다. 사진 속에 아이들은 참 많은 일을 해냈습니다.

 

계절마다 이동수업을 가고, 한달 동안 야영을 하고, 정원을 만들고, 지리산 종주를 하고

꼼꼼히 역사기행을 하고, 밭을 일구고, 자신의 나무를 만들고, 생애기획을 하고

모든 시작 전에 기획서와 세손가락 의미를 새기고

모든 끝에 보고서와 평가와 자라남을 출간합니다.

 

아이들은 걱정과 다르게 잘 해냅니다. 규칙과 배려를 잘 만듭니다.

 

저는 이렇듯 분주한 활력들 사이를 어떻게 서 있어야 할지 스스로 묻습니다.

그리고 학교와 선생님과 어떻게 자리를 지켜야 할지 이제 조금씩 배워 갑니다.

행여 걸리적 거리면 한켠으로 살짝 비켜 설 수 있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을 만들고 진리를 찾는 여정을 흥미 진진하게 지켜보고 싶습니다.

그런 자리를 내어주신 학교와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지금 학교가 아니었다면 저는 이 아이들에게 온전한 공감과 기쁨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학교를 통해서 아이를 통해서 저를 봅니다. 

학교의 배움과 같아 지기를 아이의 자람과 같아 지기를 스스로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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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심 선생님 말씀하신 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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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성심 2017.12.05 10:46
    지구인님, 바쁘실텐데.. 이렇게 소중한 글을 작성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덧 7년차 학부모님이 되셨네요, 아이들 성장 못지 않게 지구인님께서도 많이 변화하셨을거에요.
    그동안 묵묵히 성원해주셔서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 ?
    지성심 2017.12.05 10:48
    그리고 문집에 실을 때에는 제목을 무엇으로 붙이면 좋을까요?
  • ?
    지구인 2017.12.06 12:16
    선생님 제목은 " 내일새싹학교를 회고 하며 - 아이와 함께 크기" 이렇게 붙이겠습니다.
  • ?
    지성심 2017.12.06 16:59
    네, 지구인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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