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09. 20 금빛바다
처음으로 하나의 책을 읽고 그에 대한 발표를 해보게 되었다. 선생님들이 모두 오신다는 말에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유난히 더 긴장하는 편이었다. 이유는 읽은 책에 있다. 읽은 책은 선생님에게 받은 리스트에 있었던 <금요일엔 돌아오렴> 이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그리고 그 이후의 희생자 유가족들의 인터뷰, 유가족들의 생각을 다룬 책이다. 무거운 주제다보니 긴장할 만 하다.
책을 읽을 당시에도 무겁게 읽었다. 책을 읽으며 감정에 이입한 일은 없었다. 책을 읽으며 생긴 긍정적인 변화였다.
발표는 내 생애 최고의 발표였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전달하기도 했다. 질문에도 확실히 답변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감정 이입도 잘 되어 하다가 울었다(…) 하지만 이 발표가 선생님들에게는 꽤나 인상깊었던 거 같다. 산호쌤도 질문하실 때 눈시울이 붉어졌다. 감정을 제대로 전달한 듯 하다.
특히 이 사건 이후 “슬픔”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느껴보게 되었다는 대목에서 크게 인상깊으셨던 거 같다. 발표 중에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을 때 역시, 알 수 없는 죄책감에 빠졌다. 무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죄책감이 든 이유는 아마도 그 때의 내 모습이 기억나서 그런 것 같다. 그 때 처음엔 단순한 사고인 줄 알고 웃으며 넘겼다. “이거 완전 타이타닉이잖아!”라는 말까지도 하며, 게다가 국민 대부분이 슬퍼하는데 우리는 제주도에 가서 재미있게 놀았다. 이 점에서 마음이 불편해 죄책감을 느낀 듯 하다. 실제로 당시 식당에서 세월호 뉴스가 나오니 표정이 굳었다.
한 페이지를 넘기기가 힘들었다. 유가족의 사연을 듣다 보니 눈물이 나왔다. 특히나 가장 슬펐던 것은 2학년 3반 김소연 학생의 아버지 김진철 씨 이야기이다.
여러모로 어려우며 힘든 책이었다. 하지만 성과는 있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기억만 하면 안 된다는 것.
많은 도움이 된 발표였다. 굳이 발표는 조용하고 달달 외워서 딱딱하게 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감정을 그냥 드러내면서 발표하는 게 오히려 더 좋다고 느꼈다. 이건 설득하거나 토론하는 발표가 아니었다. 책을 읽고 느낀 생각을 발표하는 거에 더 가까웠다. 그 발표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게다가 간만에 발표 중에 질문에 답을 못해 걸려버리는 일도 없었다. 그만큼 답변도 다 해냈다.
잘문
- 슬픔이라는 감정을 최초로 느낀 것에 대해 의미가 궁금했다. 특별하게 느꼈구나..
그 전까지 제대로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다. 아예 “슬픔이라는 감정이 나한테 있는 걸까?” 등의 의문을 넘어 “아예 슬픔은 존재할까?”라는 의문까지 생겼다. 이 사건이 터진 후, 나한테도 존재하는 감정이라는 걸 알았다.
- 세월호는 역사적인 문제, 슬픈 거 말고도 앞으로 잊지 말고 배워야 하는 점, 어떤 점이 나아져야 하는지
그 당시 정부의 대응은 끔찍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대응 중 하나였다. 탑승자 수도 제대로 알아내지 못했던 전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 제대로 된 대응 방법을 국가는 배워야 한다. 적어도 이 정도의 대응은 나오면 안 된 다는 것을.
- 본인의 삶에서 배운 점은? 달라진 점은?
책임감.
대표, 혹은 책임자는 반드시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이 때부터 뭔가의 대표 같은 걸 해보려고 생각을 시작했을 때이다. (새싹의장 역시 생각해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의 행동, 책임없이 자신의 목숨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과 몇 선원들만 나가기 위해 선장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탈출했으며, 심지어 배애서 나오지 말라는 방송까지 했다. 이것을 보고 내겐 큰 충격이었다.
이 사건이 터지기 1년 전에 한 번 이끄미를 해 봤는데 그다지 좋은 말은 못 들었다. 누구는 대놓고 이끄미를 잘못 뽑았다 했을 정도로. 그랬기에 이 사건에서 배운 “책임감”은 큰 교훈이 되었다.
2017년에 새싹의장이 되었을 때엔 책임감은 기본으로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도 추가되었다.
- 발생한 지 일주일만에 제주도를 갔다. 가기 전에 갈지 말지도 고민했으며 이렇게 슬픈 국가에서 희망과 기쁜 에너지를 좀 살려서 가려고 했다. 숙소에서 명상도 했다.
다 기억은 난다. 하지만 아무리 주제를 그렇게 정해도 국가 단위로 슬픔에 잠겨있는데 우리가 이렇게 놀고 있어도 되는지 궁금한 점도 있었다.
4년간 비밀로 한 점이 있는데, 이동수업 가기 전에 집에서 울었다. 이동수업이 싫어서? 엄마 보고 싶을까봐? 그런 게 아니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이 생각나서 + 가는 곳이 하필 제주도 + 나도 사건에 휘말리면 어쩔까.. 라는 생각이 합쳐져서 운 것이다.
- 그들도 학생, 일반인이었는데 이런 걸 배웠더라면, 이런 훈련을 했다면 좋았을 것?
이 사고가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일어난 사고도 아니지만, 굳이 답변을 하라 하면 좀 강력하게 배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배운 게 좋았을 것 같다.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실습도 해 보는 식으로.
- 선장이 책임감을 느끼지 못한 원인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성을 잃어버린 것 같다. 혹은 애초부터 사람들 구조 작업에 힘쓰거나 끝까지 배애 남아 있다가 마지막에 탈출하겠다는 생각도 안 하고 오직 자신이 살 생각만 한 것 같다.
- 세월호와 같은 가까운 미래에 우려되는 점
한국은 박정희 정권부터 경제는 변화해서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생각과 인성은 그다지 달라진 점이 없다. 특히나 한국인들은 빨리 하는 걸 좋아하고 빨리 끝내는 걸 좋아하고 뭐든지 빠른 걸 좋아한다.
이 점은 미래에 독으로 작용할 것이다. 너무 급하게 생활하다가, 혹은 배의 선장이 또 급해서 먼저 빨리빨리 나가서 또 이런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빨리빨리라는 습관은 한국인이 고쳐야 한다.
- 빠른 것 말고 대체될 수 있는 것은?
정확하게 하는 것으로 대체될 수 있다.
속도가 빠른 것은 기계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기계마저도 빠르고 정확해야 하니 빠른 것보다는 정확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다.
발표를 마친 후에는 속이 시원했다. 하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딱히 누가 더 잘했는지는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다들 최선을 다했다.
다음의 책은, 좀 밝은 주제를 정해야 할 것 같다. 무거운 주제를 정해서 하다 보니 마음도 같이 무거워지고, 자료를 조사하다가 울음까지 터트렸다. 다음 발표때는 웃으면서 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