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교육 단상

비오는 날 사진찍기

by 충경 posted Jul 24,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비오는사진찍기2.jpg

 

1.

사진을 썩 잘 찍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쩐지 비가오거나 흐린날 사진을 찍으면 더 멋져보이는 듯 하다.

사진찍으려면 구도를 잘 찾아야 하는데

비가 오는 날은 우산을 쓰고

카메라가 비에 젖지 않게 하느라 더 힘이 들기는 하지만

비에 가득 젖은 풍경들은

맑고 고운날의 풍경과 다르게 조금은 무겁고 조금은 촉촉하게

마치 목욕을 막 마치고 나온 살갖같은

착 달라붙는 느낌이 있다.

 

아이들도 그런 느낌을 안다.

오늘 비가 오는 날 사진찍으러 가자니

다들 군말 없이 나선다.

 

비가 와도 사진은 척척 찍혔다.

한 장을 찍고 와서 자랑을 하고

조금있다가 또 서너장을 찍고 와선 자랑을 한다.

제가 보기에도 사진이 아주 멋진게다.

 

사실 아이들이 찍는 사진은 생생함이 있다.

같은 이파리를 찍어도 힘이 쑥 올라오는 사진들이 된다.

아마도 아이들이 가진 활기가

잎들에게서 반사되어 나타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비오는날사진찍기.jpg

 

2.

오늘은 사진 찍는 활동을 하면서

평소와 다른 장면 하나를 겪었다.

사진 찍으러 나가자는 말에

제일 어린 학생이 ‘싫어요’한다.

왜?

....

선생님은 너랑 사진 찍으러 가본 적이 없는데?

...

해보지도 않고 싫다고 하네요?

음....

좋아요, 일단 안 해본 것이니까 해본 뒤에 이유를 찾아보지요.

네!

 

사진활동을 다 마치고

학교에서 다시 물었다.

사진 찍으니까 어땠어요?

좋아요!

그런데 왜 하기도 전에 싫다고 했을까요?

몰라요....

그래서 다음에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안해 본 것은 해본 다음에 싫은지 좋은지 이야기를 해야 해요.

 

그렇다.

안 해 본 것에 대해 싫다고 하면 나만 손해다.

해보고 난 뒤에야 싫더라 좋더라가 있는 거지.

그런데 어째서 해보기도 전에 싫다가 될까?

아무런 근거도 없이.

 

혹시 싫어요, 안해요가 습관이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선생님이 하자는 일, 그거 해 봤자 힘만 들고 재미도 없더라가 되면

아이들이 그렇게 되겠지.

그러면 아이들이 늙어가겠지, 피기도 전에 늙은 아이들.

적어도 우리 학교는 그런 곳은 아니길,

우리와 함께 하는 아이들이 그렇게 되지 않기를,

매일 매일이 즐거운 놀이와 배움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신나게 놀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