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교육 단상
2019.09.10 16:16

매일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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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어느 곳이나 그러하듯이 우리도 매일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툼이 일어나고 마음이 상하는 시간들이 있다. 오늘 새싹민주총회에서는 최근 발생한 다툼들에 대한 안건을 다루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분위기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사실을 확인하고 감정적으로 쌓인 것들을 풀어내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것인가를 묻고 찾는 과정에서 새싹들이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텃밭을 가기로 했는데, 오전의 여파가 조금 남아있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했다.

텃밭활동은 그동안 주로 저학년 위주로 했는데, 올해부터 김장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가을 텃밭의 구역을 나누어 각 팀에서 농사를 짓게 되었다. 자람과정, 진로탐색과정이 한 팀이 되었고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서 농사팀, 요리팀, 미디어팀으로 꾸려졌다. 그리고 오늘은 농사팀에서 지휘를 해서 텃밭에 작물을 심기로 한 날이다.

점심을 먹고 텃밭에 갔다. 내 걱정과는 다르게 새싹들은 오전 회의의 무거웠던 분위기에서 금방 빠져나왔다. 끝말잇기를 하고 놀며 이동했고 텃밭에 가서도 적극적으로 일을 해서 내심 놀랐다. 사춘기의 아이들은 쉽게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누군가가 시키면 더 움직이지 않는다. 텃밭에 가니 우리 밭에 잡초가 무척 많이 자라있었다. 배추를 심기 전에 먼저 밭을 한번 갈아주어야 했다. 농사팀에서 ‘누가 할래요?’라고 물으니, 세 명의 지원자가 나왔다. 밭을 다 갈고 물을 뜨고 모종을 심을 때 굳이 시키지 않아도 다들 자기 역할을 하려고 했다.

지난 번 회의에서 오늘 작물을 심으러 농사팀만 갈 것인지, 더 추가해서 갈 것인지 결정을 할 때 11명 전원이 가겠다는 결정을 하여 속으로 ‘비효율적이지 않나?’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새싹들의 결정이고 굳이 반대까지 할 이유는 없어서 다 함께 갔는데 오늘 다녀오고 나니 아이들에게 이런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느꼈다.

모종을 심는 중에 배추가 없이 흙만 심어진 포트 하나가 있었다. 농사팀에서 ‘이거 어떻게 해요?’ 라고 물었다. ‘다시 가서 하나 받아와야 하지 않을까?’ 하고 이야기를 했더니 ‘그럼 제가 다녀올게요.’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 아이는 쑥스러움이 많아서 예전에 페인트 사러 갔을 때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몇 번이나 다시 돌아갔던 아이이다.

학교 현장에서 가장 기쁜 순간은 아이들의 변화가 눈에 보일 때이다. 하지만 변화는 쉽게 찾아오지 않고, 여러 번의 격동을 겪어야내야만 찾아온다. 오늘 텃밭에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했던 장면이 특히나 마음에 다가왔던 것도 이전에 하기 싫어하고, 힘들어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이다. 아마 앞으로도 오르락 내리락 주기를 반복할 것 이다. 매일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좋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더 소중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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