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교육 단상

야영 – 몸으로 배우는 자연과 생활

by 충경 posted Aug 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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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 – 몸으로 배우는 자연과 생활

 

 

어느 날 아침, 아침밥을 먹고 뒷 정리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뛰어왔다.

“와, 선생님, 두더지가 있어요!”

“혹시 들 쥐 아니고?”

“입이 툭 튀어나온 것이 두더지 맞아요!”

“우리가 사진도 찍어놨다니까요.”

“와~, 나는 두더지 처음 보는데!”

“나도, 나도!”

“야, 신기하다!”

 

장마가 끝나가는 산골, 비탈진 산 속에서 텐트를 치고 직접 밥을 해먹어 가면서 우리는 이동수업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학생이 이런 말을 한다.

“선생님, 야영의 좋은 점은요, 저절로 일어나게 된다는 거예요. 와~ 해가 비치면 텐트가 더워서 누워있을 수가 없어요.”

 

언젠가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먼저 먹고 내려갔던 학생이 와~ 소리를 지르며 달려 올라온다.

“선생님, 이건 사직 찍어야 돼요. 이렇게 멋진 노을은 처음 본다니까요!”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노을이 중학생 남학생의 마음을 온통 빼앗았다.

비가 장대처럼 그치지도 않고 하루 종일 쏟아지던 날 이 학생은 카메라로 창 밖에 내리는 비를 담았다.

“비오는 게 정말 멋있어요.”

 

우리는 일년에 3번 이상 이동수업을 간다.

그 중 여름학기에는 야영을 한다.

고학년들은 1인 1텐트를 치고 4학년 이하는 두 세 명이 같이 쓰는 텐트를 친다.

숲속에 자신만의 집을 갖는다.

텐트 문을 닫고 누우면 칠흑 같은 밤을 온통 벌레 소리가 가득 채운다.

 

야영은 ‘벌레들의 집에 놀러가는 것’이다.

그리고 야영은 ‘일부러 불편한 것을 경험하러 가는 것’이다.

원래 숲은 벌레들의 집이고 새들의 집이다.

우리는 그 곳에 손님으로 가는 것이고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몸으로 배우러 일부러 간다.

 

새삭학교에서 일 년에 두 세 번의 이동 수업을 하며 학생들은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을 배운다. 야영은 거기에 더해 자연을 배우게 된다. 아니, 자연스럽게 경험을 하게 된다. 비도 오고 해도 쨍쨍하고 덥고 습기차면서 숲이 커가는 것을 몸으로 배운다. 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온 몸으로 느끼고 돌아온다. 그러면서 마음이 감성이 몰랑몰랑해지고 넉넉해진다. 소리도 없이 흔적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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