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교육 단상
2017.12.16 21:07

<자람계발> 삶의 뿌리를 내리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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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하늘에서는 눈이 내릴 듯 바깥 날씨가 춥고 스산하다.

 

눈이 오면 아이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신나게 뛰어다니겠지.

어른들은 걸을 때 미끄러지지 않을까, 운전할 때 불편을 걱정하겠지.

그리고 상가 앞, 골목길 눈을 치우느라 손놀림이 분주해지겠지..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마을길 눈을 치우는 건 어릴 때에는 많이 봤지만,

요즘은 내 집 앞을 치우는 것도 갈수록 보기 드문 광경이 되고 있다.

 

한창 새마을운동이 성했던 1970년대에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애향단 활동을 하면서 동네 하천가를 치웠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그 활동이 싫은 줄로 모르고 학교에서 하는 의례적인 일로 참여했던 것 같다. 그 후,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공부하느라 봉사활동의 기회가 거의 없었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동아리활동을 하며 일부러 찾아서 봉사활동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평범하게 학교와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인근 마을에까지 시야를 넓혀서 염두에 두기에는 역부족했던 것 같다. 고작해야 주민들이 모여서 회의하는 반상회에 참여한다거나, 눈이 오면 집 주변 눈을 치우거나, 경조사에 참여하는 정도에 머물렀던 것 같다.

 

 

공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대안학교에서 새로운 교육을 실천하고 있으면서 늘 갖고 있었던 의문점은 지역사회와의 관계였다. 가만히 있는다고 지역사회가 우리한테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않을 것이고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범위에서 참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할 수 있는 여건에서 참여해왔다. 양천구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여해서 학교홍보도 하면서 마을주민들과 소통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행사는 일시적이며 일회성이라 지속적으로 학교를 홍보해가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마침, 신월5동에서 마을계획단을 모집한다고 하여 나와 우리 학교 자람과정 학생들 이 가입해서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동안에는 공무원들이 주최하는 행사와 프로그램 참여에 익숙하다보니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간다는 것에는 익숙치 않아서 좌충우돌하며 해왔던 1년 과정이었던 것 같다.

 

마을 주민들이 마을에서 필요한 것을 찾아서 원함을 반영하여 실행해본다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인 것 같다. 우리 학생들은 내일새싹분과(청소년분과)로 활동하며 두 가지 사업을 하였다. 하나는 마을 공원에 책장을 만들어서 그 공원에 오신 분들이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게 한 것이고, 또 하나는 학교 주변과 마을의 자투리땅에 자그마한 정원을 조성해놓은 것이다. 물론 두 가지는 학교의 사회수업과 연계하여 진행이 되었다.

 

정해진 곳에, 하라고 하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닌, 나와 우리가 찾아서 직접 했을 때의 뿌듯함은 한층 자신감을 높여줬을 것이다. 마을이 멀게만 다가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역사회에 속해 있는 일원으로서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렵게 다가오지는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오래전, 내가 우리 자람과정 학생들과 같은 나이였을 때 지역사회를 바라봤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확신해본다. 아주 중요한 공부를 했고, 그만큼 마음도 넓어지고 생각하는 힘도 커졌으리라..

 

 

특히, 정원 조성은 봄부터 가을까지 긴 시간의 정성이 필요한 것이라 우리 학생들과 자람도우미 선생님들이 참으로 애를 많이 써오셨다. 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이 일던 차에 마침 기회가 닿아서 ‘꽃피는 서울상’에 응모를 하게 되었고, 그 중에서 우리 학생들이 가꾸어온 정원이 ‘인증지’로 선정이 되어서 수상의 영광도 안게 되었다. 식전에는 내가 학교 대표로 토크콘서트에 초대받아서 우리 학교 학생들이 마을에 정원 가꾸어온 얘기를 하였다. 서울시 한복판에 있는 시청의 넓은 홀에서 내일새싹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니 마음이 참 뿌듯하였다.

 

우리 학생들은 정원수업에만 매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수업과 활동을 하면서 진행했기에 시간이나 체력면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중간에 주저앉지 않고 끝까지 해낸 용기와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곁에서 성원해주신 부모님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삶은 누군가에게 들려줄 스토리가 많을 때 잘살아왔다고 하듯이 우리 학생들은 분명히 값진 경험을 마음 한가득 안고 어른이 되어서도 두고두고 이야기를 하며 자신감 있게 살아갈 것이다.

 

역시 교육은 지금 당장 성과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 아이들이 장차 살아갈 삶의 뿌리를 든든히 내리는 과정임을 실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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