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배심원이었구나~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 소감문-
2015. 6. 3. 수
산호수
12명의 배심원들이 회의하는 모습은, 우리가 내일 공사 할 때의 모습과 참 닮은 점이 많아 보는 내내 재미있었다. 우리의 모습과 비교하게 되고, ‘에이~ 저건 우리가 더 낫네~’ 하며 즐겁게 감상했다.
“유죄요.”
“왜 유죄라고 생각해요?”
“그냥… 모르겠어요, 그냥 유죄인 것 같아요.”
자신의 의견에 확고한 의지도 없이, 신념도 없이 유죄로 가는 분위기에 휩쓸려 그냥 유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았고, 7시에 하는 야구 경기에 빨리 가고 싶어서 유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개인의 사정 때문에 사적인 감정으로 끝까지 유죄를 밀어 붙이는 사람도 있었다. 11명의 사람들이 모두 다 한 입으로 유죄를 외치고 있을 때, 가능성을 의심하고 무죄를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11명의 사람들이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배심원들은 12명 다 인격, 성품, 성격이 몽땅 달랐고, 그에 따라서 말씀이나 주장에 대한 의지, 표정 몸짓이 다 달랐다. 화목국 회의할 때에도 다들 성격이 너무 달라서 의견 충돌도 많았고, 힘들었던 기억이 났다. 내일 공사 때도 모두가 같은 의견을 말하고 있을 때 혼자만 반대를 하며 자기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그 학생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의견을 존중해주고 들어주려고 했다. 이런 부분에서는 우리가 더 낫네!
4학년 때 이 영화를 사회 시간에 아무 것도 모르고 본 적이 있었다. 가물 가물, 좋지 않은 화질과 방 안에 갇혀 이런 저런 자료를 펼치며 회의를 하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에 재판소를 나가는 모습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머리도 몸도 마음도 좀 크고 이 영화와 다시 재회하게 되니, 어떻게 다가올까? 궁금했다.
나는 배심원들이 피고인의 유 무죄를 결정하는 사람들이기에 엄청나게 다들 지적이고, 개인의 감정을 잘 표출하지 않고 냉철한 사람들인 줄 알았다. 배심원을 뽑는 자격도 몰랐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니까 그냥 일반 사람들이다! 건축가도 있었고, 광고회사를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아들에게 받은 상처를 가지고 그 사적인 감정으로 판단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기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고 폭력까지 행사하려던 사람도 있었고, 자신만의 편견을 가지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 달랐다! 엄청나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거기서는 아까 말했듯이 한 명 만이 무죄에 손을 들었다. 배심원 판단은 만장일치가 약속이기 때문에 1명의 의견으로 인해 만장일치를 위한 회의를 했다. 우리 학생들은 과반수 위주로 결정을 내린다. 만장일치로 하면 끝이 없어지고, 힘이 들고 지치기 때문이다. 만장일치, 과반수 중 무엇이 더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무죄에 손을 든 사람은 딱히 결정적인 카드도 없이 ‘아닐 수도 있죠. 잘못됐을 수도 있죠.’ 라는 조그마한 가능성을 의심한다. 처음엔 나도 그 사람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기의 확실한 의견이나 자료도 없으면서, 가능성으로 판단을 하네?’ 아닐 수도 있죠, 라는 말은 처음엔 굉장히 설득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차근차근 실질적인 의심을 해나가고 그것에 대한 자료도 요청하며, 확신을 가지고 한 사람 한 사람 설득시켜 나간다. 그렇게 판이 뒤집히게 된다. 정말로 대단하며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닐 수도 있죠.’ 작은 가능성을 가지고 유죄로 휩쓸리는 분위기를 막고, 전세를 뒤집는다.
한 사람씩 설득 당해가는 중에 끝까지 유죄라고 고집을 하는 남자가 한 명 있었다. 그 사람은 아들과의 상처가 있는 사람이었다. 이 재판은 한 소년의 아버지 살인 사건을 다루었는데, 그 남자는 끝까지 유죄라고 소리지르다가 결국에는 눈물을 흘리며 무죄라고 인정하고 만다. 난 그 사람이 기억이 많이 남았다. 저렇게 사적인 감정을 가지고 판단을 하는 구나.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인데.
그렇게 모든 사람이 소년의 무죄를 인정하고 영화는 끝이 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바닥 만한 방에 갇혀 말만 하다가 나가는 게 끝인 영화이지만, 그 안에서는 각 각 다른 사람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토론을 위해 영화를 봤지만, 이런 식으로 토론 하면 없어 보인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았다. 다수의 사람이 존중이 없고, 예의가 없었으며 그냥 말싸움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용기나, 자료의 중요성에 대한 걸 많이 배웠다.
앞으로 내일공사는 12인의 배심원들이 회의하는 것보다 더 품격있고 존중이 있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