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에도 패스, 페일이 있는거 알지?” 

 

 그날은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 굿모닝타임 이후 자람지도 선생님과의 대담시간이었다. 학생들은 입학식을 직접 기획하라는 미션을 받고 한창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한 학생이 “입학식, 어떤 방향으로 기획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했고, 선생님께서 들으시고는 당연하다는 듯, “입학식? 잘 준비해야지. 어떤 방향으로?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입학식을 통해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창의성을 발휘해서, 준비과정 부터 즐겁게.”라고 말씀하셨다. 학생들은 새로운 시각에 ‘어떻게 해야 하지?’하고 각자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그리고 덧붙이셨다. “참. 너네 입학식에도 패스, 페일이 있는 것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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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굿모닝타임 이후, 선생님과의 대담이 시작되었다. 사진: 하늘태양)

 

 입학식을 직접 준비하는 것도 어려운데, 이것도 패스 페일이 있다고? 학생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황당한 표정이 떠올랐다. 입학식을 한창 진행중인데 갑자기 선생님께서 ‘도저히 이건 통과시켜줄 수가 없다’며 중지시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럼 부모님들도 다 모셨는데 입학식을 다시 해야 하는 건가? “당연히 입학식에도 패스 페일이 있는거지! 그러니까 잘 준비해야지? 너희 인생 최고의 추억이 될 수 있게 해봐” 정원팀으로 활동하여 입학식 준비에 잘 참여하지 못하는 나도 ‘와, 과연 어떤 입학식이 될까?’하는 생각에 설렜다.

 

 “일반학교의 입학식은 수료증을 받고 박수치면 끝나잖아요. 하지만 내일학교는 뭔가 다를거라고 생각했죠. 저희끼리 페일이 있는거 아냐? 하고 농담삼아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되니 조금 어이가 없더라구요.” -내일학생 4기(당시 예비학생) 마음-

 

 

 

 프레임을 깨봐!

 

 입학식 시작까지 정확히 5시간 전. 어떤 부모님들은 벌써 학교에 도착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내일학생들은 자람지도 선생님께 입학식 전 마지막 브리핑을 하기로 하여 나도 함께 참여했다.

 

 내일학생들은 어떤 입학식을 준비했을까? 사실 입학식 준비를 시작하고 두 번의 발표와 기획서를 냈지만 학생들은 이미 페일을 많이 겪었다. 입학식이라는 정형화된 형식에 갇혀있지 말고 그걸 깨 보라는 것이 이번 준비에서 가장 크게 이야기 된 부분이다. 학생들이 해 온 기획은 생각이 틀에 박혀 있고, 그저 진부한 재롱잔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네는 왜 이 넓은 공간을 한군데만 앉아서 활용하려고 하니?” 자람지도 선생님의 말씀이셨다. 그렇게 페일에 페일을 거쳐, 드디어 시작 전 마지막 발표의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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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늦게까지 페일에 페일을 겪으면서 학생들은 준비했다. 사진: 밝은해)

 

 

 “이때까지 구상하면서 힘들게 생각해왔는데, ‘진부한 재롱잔치’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멘붕이 오더라구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자람지도 선생님께서 많은 피드백을 주시니까, 이때까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형식의 입학식’이라는게 존재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내일학생 4기(당시 예비학생) 우주-

 

 다들 긴장한 가운데, 전야제팀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역시나 여전히 틀에 갇혀있고 진부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 굳이 전야제와 입학식을 나누는지? ‘입학식’이라는 형식의 핵심이 무엇인지, 그럼 고생하신 부모님들에게는 어떻게 보상을 해줄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이 안되어있다는 것이다. 날카로운 도움 말씀에 크게 공감이 되었다. 그렇지만 시작 5시간 전체 다시 기획이라니! 시간은 무시할수가 없었다.

 

 말씀이 끝나고 잠깐 마지막 회의에 함께 참여해 다시 방향을 잡았다. 어떤 입학식이 되었으면 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틀은 어떻게 깨야 할지? 컨텐츠들은 많았지만 그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과 방향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많이 이야기 나누고 프레임에 대해 이야기 했다. 시간이 되어 다시 돌아왔지만, 궁금하기도 하고 잘 했으면 좋겠다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틀을 깨는 것!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정말 힘들었어요. '뭔가 신박하고 의미있는 그런 거 없을까?' 항상 생각했어요. 그리고 밀려오는 졸음. 제가 원래 커피를 안 마셔서 다들 커피를 마셔도 안 마시면서 버텼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잠깐 자러 갔다 오겠다고 하고 6시간동안 자고… 게다가 운력도 가야 돼서 더 힘들었어요.” –내일학생 4기 마음(당시 예비학생)-

 

 

 

 "안녕하세요! 귀염둥이 노을, 깜찍이 물방울 입니다!"

 

 드디어 시간이 지난 저녁 8시. 입학식 전야제가 시작되었다. 입학하는 학생들이 12명인만큼, 처음 뵙는 학부모님들도 계셨다. 처음 시작했던 곳은 도서관.

 

“안녕하세요! 사회자를 맡은 귀염둥이 노을, 깜찍이 물방울 입니다!”

 

 사회자학생들의 발랄한 인사를 하고 입학생 푸른언덕의 피아노 연주가 시작됐다. 그리고는 내일학생들의 입학 축하 영상인 ‘사랑은 열린문’패러디 뮤직비디오 ’내일은 열린 문’이 틀어져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곧이어 진짜 축하영상이 나오고, 배우고 싶다는 의미를 담은 ‘배우는 악어’연극이 시작됐다. 전체적으로 발랄한 분위기였고, 각 요소요소들은 재미있었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컨셉과 방향이 명확하지 않고 뭔가 빠진 느낌이 들어 허전한 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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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 전야제에서 예비학생 토크쇼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새벽)

 

 

 한타임이 지나고 그 이후에는 자율적인 시간이 있었다. 한쪽 창작동 에서는 내일학생들의 전시가 있고, 플레이스 c에서는 예비학생 토크쇼가 진행되었다. “저는 이 학교에 처음 왔을때 전날에 놀다가 부모님한테 끌려와서, 나가지도 않고 차에서 자고 있었어요.” 입학생 마루의 고백이 웃음을 자아냈다. 또 한편으로는 달빛걷기가 진행됐지만 참여하지는 못했다. 나름대로 공간을 분할하고 다르게 해보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입학생 마음의 시낭독이 감동적이었다.

 

 마지막은 밤 9시 30분, 입학생들의 발라드와 힙합 공연. 남학생들은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힙합퍼로 변신했다. 몰랐던 학생들의 장기를 알게 되었지만, 전체적으로 무슨 연결이 되는거지? 하는 생각은 들었다.

 

“엉망진창? 준비 안됨? 어수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총감독 역할이라 너무 바빴습니다. 뭐뭐 준비해라, 이거 해야 한다, 지금은 아니다, 정말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내일학생 2기 밝은해-

 

 

저는 앞으로 많이 성장할거에요” 

 

 다음날 아침. 학생들의 손바닥정원 발표가 있고, 청명원쪽으로 올라와 본 행사가 시작되었다. 총감독 밝은해에게 “몇시간 잤어요?”하고 물으니 퀭한 얼굴로 “안 잤어요.”한다. 정말 모두 깨어 준비를 했다고 한다.

 

 행사는 먼저 ‘세상의 기둥이 된다’는 의미로 마방의 첫 기둥을 세우는 동량식이 있었다. 다 함께 기둥에 포부를 적어 올리며 축하 하고, 새로 만들어진 카약 런칭장으로 이동했다.

 

 “저희는 프레임을 깨라는 말을 들어, 교장선생님 연사도 없애고 입학 증서 증정도 없앴답니다” 사회 학생들의 멘트가 있었다. 그래서 입학생들은 진짜 입학증서를 바로 받는 대신 나무에 매달린 자신의 포부 선언서를 직접 따고, 사람들의 팔로 만든 축하의 동굴(?)을 지나 무대에 올라갔다. 그리고 각자의 퍼포먼스와 앞으로의 각오를 이야기 한 후 ‘입학의 문’을 통과하고 나서, 화관과 입학증서를 받았다. 

 

“과거 일반학교에서 정해진 절차를 밟고 전해진 길을 밟으려던 저에게, 학생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서 성장하게끔 도와주는 교육을 하는 내일학교는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저는 그 충격을 겪은 10개월간 내일학교 체험을 했고, 이제 (입학을 하는)이 자리에 서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내일학생들을 한 팀으로 인식하고, 개개인이 리더가 되게 하고, 이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만드는 지구 가드너가 될것을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 내일학교 4기 달

 

 학생들 한명 한명 진심이 담긴 포부가 감동적이게 다가왔다. “학부모님들 소감” 마지막으로 저수지에는 새로 만든 카약 런칭장에 알록달록 배가 띄워지며 학생들의 입학을 축하했다. 그렇게 준비과정부터 우여곡절이 많던 입학식은 마무리 되었다.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입학식은 처음이라 아주 진하게 기억에 남아있어요. 다른 학교에서는 그냥 쉽게 쉽게 입학을 허락했다면 내일학교에서는 입학을 '갈구해야'허락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쉬운점은 정말 중요한 '예'를 놓쳤다는 거에요. '왜 그런 중요한 걸 놓쳤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말 어이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혼자 큰것도 아니고 많은 분들께서 저를 도와주시고 지지해주셔서 이만큼 자랄 수 있었는데, 그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감사 인사 한번 안드렸어요. 자람도우미선생님들께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준비한 많은 학생들 모두 애썼고 다들 열심히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내일학교 4기 학생 (당시 예비학생)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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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에 참여한 사람들이 터널을 만들어주고, 학생들이 각자 입학 포부를 밝힌게 입학식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자 하이라이트였던 것 같아요. 각자의 다움이 잘 드러났고 낯설었던 학생들의 존재감이 느껴졌어요. 그렇지만 '우리학교는 교장선생님의 입학식 훈화가 없다'고 했을때는 순간적으로 어? 했습니다. 일반학교의 얼굴도 모르는 교장선생님의 훈화는 형식적이지만 내일학교는 다르잖아요.” - (내일학생 4기 푸른언덕 어머니) 평안님 

 

 “역시 내일학교! 틀에 박히고 완벽한건 재미가 없죠. 순조로운 진행은 아니었지만 그자체로 풋풋하고 신선했습니다. 축하와 응원과 웃음으로 입학의 길을 만들어준 많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 '입학의 문'을 통과한후 월계관을 쓰자 비로소 진정한 내일학교 학생이 되는 의미있는 의식. 저도, 입학을 하는 지우(우주)도 가슴깊이 남을 것 같습니다." - (내일학생 4기 우주 어머니) 전희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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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의성, 틀을 깨기 위해 노력했던 4기 입학식은 비록 가장 중요한 ‘예’가 빠졌다는 이유로 페일이 되었고, 다시 만회할 기회가 주어졌다. 아직은 어수선하기도 했고, 아쉬운 면도 많았다. 하지만 깨지고, 온힘을 다해 고민하고, 어찌되든 펼쳐내 보는 이 모든 과정을 내일학교에 들어오기 위한 ‘입학식’이라고 본다면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드러내어 보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더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안녕하세요 학생기자 참누리입니다!

입학식을 한지 시간은 많이 지났지만, 이제라도 작성과 검토가 완료되어 이렇게 올립니다.^^

르포를 써본건 처음이라 스스로 아쉬운 점이 많네요.ㅠㅠ 바쁜 시간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신 우주 어머님, 평안님, 마음님, 밝은해님, 우주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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