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내일학교에서 김장을 외치다.
김장 수업 르포
2018-11-15
작성자: 마음 김하늘
“김장 수업의 미래적 가치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런 수업을 통해서 저희가 평소에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던 김장이라는 매체에 대해서 분석을 하면서 그 의미들을 본인들이 하나씩 얻고 있다고 생각해요. 김장에 대해서 알아 갈 수록 공양의 자세나, 현재 사회에 대해서 분석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지고, 그런 기회가 많아질수록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풍족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운 선생님(내일학교 자람도우미)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큰 망설임 없이 답변을 하는 내일학생 달님의 태도에서 평소보다 추구 시간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밀도 있는 추구의 흔적이 보였다. 지난 11월 8일, 경북 봉화에 위치해 있는 내일학교 플C에서는 학생들이 김장에 대해 추구한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이 진행되었다.
6일부터 11일까지, 총 5일 간 진행된 내일학교의 김장 수업은 ‘겨레의 빛나는 얼을 오늘에 되살려’라는 수업 타이틀에 맞게 진지하고, 심도 있게 진행되었다. 시작부터 이틀 간의 짧은 시간동안 김장의 역사, 김치의 종류/레시피, 김장의 과학, 김장의 미래적 가치, 김장의 인문학 등을 주제로 팀별로 나눠서 조사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의 프리젠테이션, 발표 태도, 질문에 답변하는 자세는 모두 평가되었고, 특히 이번 발표에는 청중 평가도 함께 진행되는 만큼 학생들은 다른 팀들의 발표 진행에도 집중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2018년 김장 수업을 위한 명상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학생들의 발표를 마치고 하루 뒤인 9일부터는 본격적인 김장이 진행되었다. 아침 6시부터 학생들, 자람 도우미 분들 모두 나와 스스로의 청결 상태를 확인하고 2층 교실에서 짧은 명상을 진행하였다. 김장을 하는 날 아침에 진행하는 명상은 김장에 앞서 스스로의 마음을 가다듬고 정리하는 행위이다. 내일학교에서 김장은 단순히 김치를 만드는 행위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1년간 먹을 음식에 정성과 마음을 담는 의미가 있다.
오전 10시 30분, 김장을 진행하기 위해 모두 웃는하늘에 모여 짧게 오늘 진행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팀별로 나눠 쪽파, 마늘, 알타리, 쑥갓, 무 등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작업 시작에 맞춰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웃는 하늘을 가득 채웠고, 학생들과 자람 도우미 분들은 노래 가사를 따라 흥얼거리며 각자 맡은 채소를 열심히 손질하고, 서로 담소도 나누고, 때로는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서로를 재촉하기도 했다. 본인 팀의 작업이 끝나면 아직 끝마치지 못 한 다른 팀에게 가서 작업을 도왔다.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저녁 7시, 하루를 마무리하는 굿이브닝 타임 시간을 가지며 예진 선생님(내일학교 자람 도우미)께서 작년과 다른 분위기가 눈에 띄었다는 소감을 공유해 주셨다. 작년 김장도 참여했던 다른 내일학생들과 자람도우미 분들도 예진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했다. 별다른 수업 진행이나 목표 없이 김장만 열심히 진행했던 작년은 모든 사람들에게 크게 기억에 남지 않았던 모양이다.
“작년의 기억이 잘 안 나요. 흥겹긴 했던 것 같은데…. 오늘 보니 작년에 비해서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차분한 느낌이 들었어요. 저도 뒤늦게지만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즐겁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10일부터는 본격적으로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고 김장 독에 담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절인 배추에 양념을 묻혀 잘 포개서 비닐이나 통에 담았고, 두 명 정도의 학생들은 완성된 김치를 독으로 나르고 절인 배추를 나눠주는 작업을 도왔다. 학생들은 팔 위쪽에 양념이 범벅되어 빨갛게 물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짜증이나 불만을 토로하지도 않고 계속해서 묵묵히 진행했다.
물론 김장만 진행한 건 아니다. 작업이 진행되고, 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도중에도 학생들은 모두 자신의 개인 과제 수행을 놓치지 않았다. 김장을 하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도 틈틈이 고무장갑을 벗어 기록하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기 위해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특히 이번 김장의 레시피를 기록하는 내일학생 눈님은 모든 곳을 돌아다니며 양을 물어보고 알아보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눈님은 “힘들었긴 한데 나름 할 만한 것 같고, 기록을 남겨두니 내년에는 이거 보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개인 과제 수행의 보람을 전해줬다.
“각자 자기가 가장 정성 들여서 만든 김치를 한 포기씩 가져와 주세요!”
(사진: 예진 선생님)
고운 선생님의 말씀에 내일학생들은 모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과 정성으로 배추를 양념에 버무려 예쁘게 포개 김치통에 담았다. 학생들이 만든 김치를 하나씩 모아 담아서 자람지도 선생님께 김치 한 통을 선물해 드릴 예정이었다. 김장 문화의 특징인 나눔과 감사함이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이번 김장수업을 통해서 여러가지를 느꼈는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감사함인 것 같아요. 오늘 점심에 컵라면을 먹는데 눈물이 나올 뻔하더라고요. 그만큼 소중함을 알게 된 것 같고, 많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내일학생 별구름-
(사진: 예진 선생님)
현재 사회는 1인 가구 시대로 변해가고 있고 사람들은 점점 혼자가 되려고 하며 그 변화와 함께 김장 문화 또한 사라지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학교는 개인화 시대에서 함께하는 문화인 김장을 외치고 있다. 도대체 김장에 어떤 가치가 있길래 김장 문화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일까?
문화는 인간의 삶과 매우 근접해 있다. 그것을 통해 그 집단의 특징, 삶의 모습, 중요히 여기는 가치 등을 알 수 있다. 많은 재료들, 정성, 시간이 한데 모여 비로소 완성이 되는 김치처럼, 우리도 다함께 김장 수업을 참여하며 정성을 담아 의미를 만들어 내어 한층 성숙해지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내일을 이끌어갈 학생들 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