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기억들이 스쳐지나간다.
우리앞에 산더미처럼 놓여져있는 투명한 병들, 이름모를 술들, 사람들이 남긴 주스를 마시기 위해 벌들이 바쁘게 그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조명... 실내조명이 LED전구까지 포함해서 5만8천원이나 합니다.'
'뭐라구? 우리 예산은 실외와 정원조명까지 합쳐서 95만원이라고!'
'이건 말도 안 됩니다. 그럼 한 방에 12만원이나 되잖습니까! 방이 7개니까...그렇다면...'
'84만원.'
'뭐?'
'합쳐서 84만원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실외조명은 11만원에 모두 해결해야 겠군요.'
'결국 예산을 늘려달라는 신청을 할 수밖에 없는건가...'
'우선 더 찾아보도록 합시다.'
"하....."
병을 포대에 주워담는 손이 바빠진다. 우리가 어떻게 그 조명을 찾았던가? 자람관이 다 지어지고 나서야 방을 둘러보는 사람들은 디자인팀의 이런 수고스런 문제를 알지 못 할 것이다. 조명 하나에 담겨있는, 투자된 수 많은 시간들, 수많은 충돌과 퇴짜! 하지만 이제 다 정해졌다. 7천 800원....7천 8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우리는 실외조명을 찾았던 것이다. 더불어 3만원선에서 실내조명들도 다 해결했다. 그 조명을, 그 보물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얼마나 기뻤던가. 모두 사랑의 바구니에서 과자와 음료를 꺼내들고 축배의 잔을 올렸다.
하지만 우리 디자인팀의 크나 큰 여정 중에서 조명이라는 것은 아주 작은 하나의 카테고리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 앞엔 아직 '공병 자연채광창', 영어로 하면 그 이름도 간지나는 'Glass bottle wall'이 남겨져 있다. 어디 들어본 적이나 있던가? 괜찮다. 나도 못 들어봤었으므로. 간단하게 말해서 색색의 유리병을 벽에 박아넣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흙부대 자람관 별채에 세로 2미터 40 가로 40센치짜리 유리공병 띠를 박아넣는 것이다. 또 다시 말하자면 그러한 유리병들을 스테인드 글라스 물감으로 염색한 후 황토로 연결해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예쁜 벽을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말하자면....... 어렵디 어려운 벽만들기다.
(공병 염색 후 시뮬레이션중...)
물론 이것 말고도 겨울을 위한 트리조명 디자인 및 설치와 정원조명 배치와 조명 고르기와 내일학교 후드티 디자인(및 모자와 반팔티 등)과 유리칼 실험 등등.. 말하기도 벅차다.
아, 그래서 당연히 지금 우리 앞에 놓여져있는 이 수많은 공병들도 다 그 벽에 들어갈 것이다. 지금 나는 안동의 어느 한 유리병 고물상에서 공병을 줍고있는 중이다.
그런데...
"아니! 이 병은?!"
"왜...왜그래 산호수!"
"돌하르방!!!!! 돌하르방 모양 병이야!!"
"아니 정말! 램프로 쓰면 되겠구나! 빨리 담자!"
"아니...잠깐..이것은?!"
"왜?!"
"와인병!! 2007년산 아주 고급품이야! 이 영롱한 색깔을 봐!"
"별채 a에 박아넣으면 볼만 하겠군.."
"그럼 이제 카프리맥주병을 담으러 갈까?"
"그래!"
앞으로도 우리 디자인팀은 더 활약할 것이다. 그럼 나는 저기 구석에서 발견된 위스키병을 주으러 가겠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