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온 첫 날이었습니다. 내일학생들은 야영장주변으로 열심히 자기 텐트를 치기 시작했지요. 파트너를 정해 두 명이 서로의 텐트를 치는 것을 도와줬습니다. 저는 빛나는별님과 한 조가 되어 빛나는별님의 텐트를 치는 것을 돕고 그 다음에 제 것을 쳤지요.
그 순간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분명 작년에 새로 사서 제주도에서 치고 한번도 꺼내 보지 않았던 텐트였는데 꺼내고 보니 팩의 개수가 부족했습니다. 그마저 있던 팩도 너무 얇았던 터라 엿가락처럼 휘었습니다. 게다가 쑥 쑥 땅에서 빠졌지요. 설상가상 날도 어두워져 텐트치기가 힘든 상황이었지만 오늘 밤에 내가 직접 친 텐트에서 자보자 라는 일념 하나로 플라이까지 완벽하게 쳤지요.
우여곡절 끝에 친 텐트 안에 들어가면서 지퍼를 열다가 부서지기도 했지만 스스로 괜찮다고 주문을 외웠습니다. 제주도에서 이정도 고생쯤은 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던 터라 긍정적이었습니다. 그 날밤 피곤한 첫 날 일정을 모두 마치고 텐트 안에 들어가는 기분이란! 작지만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이 기분이 좋았죠.
그 작은 공간에 짐을 넣고 내 몸뚱이를 넣고 나니 꽉 찼습니다. 그 안에서 저는 앞으로 할 텐트생활을 그리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성찰일지를 쓰다가 “아 이 첫날 밤을 기념해 사진을 찍자!”해서 저는 핸드폰으로 셀카를 찍었습니다.
그 다음날 제주도에 돌풍이 강타했습니다. 원래 땅에 붙어 있어야 할 텐트들이 들썩 들썩였지만 안에 있는 짐들이 눌러주기에 날아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멀리서 보니 유난히 내 텐트만이 방정맞게 춤을 추고 있더군요. 다른 텐트들은 자신들의 주인을 기다리는 망부석인 반면에 내 텐트만이 떠나고 싶다는 듯이 몸부림을 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저의 텐트를 떠나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그날 오후에 저의 텐트는 그만 자신의 몸부림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려버렸습니다. 팩은 뽑히고 폴대는 부서져버렸죠. 남겨진 텐트의 잔해를 정리하고 짐을 빼고 몇 일간 마하님 텐트에서 머무르게 되었지요. 날기를 꿈 꾸었던 저희 텐트가 비록 다시 포장되었지만 언젠가 그 꿈을 실현시키기를 빕니다.
언젠가는 꿈이 잘 실현되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