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27 3개월 미션수행]
부산으로!
새벽 거울대화 일지
(인상깊은 슈빙이라는 작가의 작품)
(자매이카라는 살아있는 나무에 낚싯줄을 걸어 기계가 식물을 가지고 움직이도록 했다. 큰 충격을 받고 계속 보고 있었다. 주제가 보태니컬이기에 자연과 인간의 조화, 또는 공생에 관련한 주제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그 반대거나, 더욱 신선한 시각이 많았다. 불편하거나 꺼림칙한 작품도 몇개 있어 깊은 생각이 필요하다.)
20181227
일찍일어나 주섬주섬 챙기며 거울을보며 오늘도 잘 해보자는 다짐을 하고, 차 시간에 늦을 것 같아 택시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하니 신분증이 들어있는 지갑과 카드를 두고왔다. 정신없이 표만 사서 집으로 급하게 다시 택시를 탔는데, 이미 네이버에 검색한 차 시간이 지나있어 애꿎은 만원만 날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진주에서 부산가는 버스는 15분 간격으로 계속 있어 차 시간표가 의미가 없었다.)
오늘은 일진이 사납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뭐 늦게 가라는 하늘의 뜻이겠거니 싶어 집에서 조금 쉬다가 부산으로 출발을 했다. 원래 나였으면 속상하기도하고 스스로에게 화가 엉청 났을 것 같은데 마음이 그냥 평온했다. 뭐가 달라진건가 찾다가 거울대화의 힘인가 싶었다. 돈을 날린건 속쓰리지만 그냥 이 상황이 재밌기만 했다.
중학교를 다닐 적 일주일정도 체험학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그때도 학교가 싫었던 나는 정말 유용하게 써먹었었다. 학교에는 부산 큰엄마댁에 다같이 간다 거짓말을 치고 혼자 부산 지브리 스튜디오 전시회를 보고온다던가, 근처의 다른 공연을 본다던가. 너무 멀리는 조금 무서워서 부산 시립미술관을 그때 자주갔었는데. 꽤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오전에만 일정이 꼬였지 도착한 뒤로는 이상하게 잘 풀렸다. 가자마자 도슨트 일정이 잡혀있길래 전시관에서 진행하는 모든 도슨트를 들을 수 있었고, 사람도 많이 없고 전시도 기대했던 만큼 보다 더 흥미로웠다.
역시 전시회를 보는게 제일 좋다. 정말 힘든줄도 모르고 계속 돌아다니며 작품을 보고 나오니 마침 근처에 백자를 그리는 작가의 전시회가 있어 그쪽도 충분히 관람하고도 시간이 남았다. 계획했던 전시5개중4개를 다 충분히 관람했다. 하루종일 쿠키 두개만 먹고 돌아다녀도 배고픈줄 모르고 좋았다.
지금까지 현대작가, 특히 국내나 아시아의 작가 에게 내가 많이 무심했구나 싶었다. 인상파까지의 화풍만 좋아해서 그 뒤의 현대 작가들의 작품은 잘 보지 않았는데, 흥미로운 철학, 설치 방법, 표현방법들이 눈에 띄었다. 식물, 잡초, 공생또는 파괴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너무 재밌고 공부가 됐다. 천천히 보고서를 작성해봐야겠다.
시간이 늦어 진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사람이 많이 없어 조곤조곤 거울대화를 진행했다. 모아뒀던 용돈을 거의 다 썼지만 계획했던 일정의 대부분을 소화해서 좋았고, 힘들었지만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오늘 하루가 보람차고 힘들지도 않아서 스스로에게 감사했고, 앞으로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하자는 이야기였다. 만족스럽고 충만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