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미션]
2019 03 30
진주에서 태어나 계속 진주에서 자란 일명 ‘촌사람’인 우리들사이에서 가장 먼저 서울을 간 사람은 사촌언니였다. 어린 눈에는 언니가 너무 대단해 보였다. 합격편지를 받자마자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더니, 날씬해진 모습으로 언젠가 언니는 우리를 만났다.
서울의 대학에서 어떤 게임을 했는지, 서울 생활은 어떤지, 서울의 교보문고를 갔을때 교보문고가 얼마나 컸는지, 그 충격을 받고 책을 좋아하던 네가 보면 좋아할거라 이야기하던 언니의 이야기가 마냥 재밌었다. 초등학생인 나의 꿈에는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구경하기가 항상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나이를 조금씩 먹고나서 혼자 서울을 가기도 하고, 부산을 가기도 하면서 교보문고를 갈 일이 종종 생겼다. 항상 가던 진주문고보다 몇배는 넓은 공간을 보며 생각했던것보다 더 넓고, 사람도 많아서 무척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오늘은 그곳을 가려했다. 강남구청역이 강남역인줄 알고 지하철을 잘못 타버렸다. 가는길에 눈튀어나오게 비싼 버거를 먹고, 지도를 켜고 무작정 걸었는데 정신차려보니 압구정로데오? 역까지 와버렸다. 마침 근처에 전시회가 있어 비도 피할겸 잠깐 들어가 구경을 했다.
집에 관한 전시였다. 후지필름에서 진행한 전시였는데 각 세계의 사진작가들이 생각하는 ‘HOME’에 대한 전시였다. 뜨문뜨문 적힌 메세지와 2000년대부터 수집했다는 꽂혀있는 사진집들, 사진들이 인상적이었다. 오랜시간동안 영상을 보면서 구경했다. 포스터도 하나 가져왔다. 집이라고 번역을 하지만 home은 뭔가 다른 울림을 주는 것 같다. 각자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고 찾는 의미가 달랐다. 도록이 영어로 되어있어서 읽느라 시간이 너무 오래걸렸다.
평온함에서도 깊은 메세지를 줄 수 있다. 라고 말한 작가의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셨다.
거울대화
새벽님, 오늘은 조그만 실수가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 주었어요, 오늘도 재밌었지요? 혼자서 이곳저곳을다니니까 꽤 즐거운 것 같아요. 교보문고를 갈까 싶어서 강남역으로 갔는데 사람이너무 많아서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어요. 슬프고 외롭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돌아왔어요. 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요? 저 많은 사람들중 내가 아는 사람은 한명도 없어서? 그냥 단순히 지친걸수도 있어요.
아무튼,오늘 푹 쉬고 내일 잘 돌아갑시다. 애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