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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방, 인생 금방이야~ 젊었을 때 재미나게들 열심히 살어.. 나이먹고 후회되지 않게..”

 

23년 전 장모님을 원주로 모셔다 드리던 차안에서 문득 나에게 해주신 말씀이다.

바로 어제 그 장모님이 무릎 관절이 다 붙어버려 걷질 못하신다고 무릎에 인공관절을 넣는 수술을 하셨다.

고령의 연세에 수술 통증이 얼마나 크겠나마는, 그런 큰수술을 겪어 보지 못한 나는 그저 금방 걸으실 수 있을 거라고 빈소리만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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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별오름. Copyright © 민영주 2016. All rights reserved.

 

세월이 흘러, 이젠 되레 내가 학생들에게 ‘너희들 금방 이십대 되고, 삼십대 된다’고 이야기 하는 나이가 되었다.

시간이 많은 것 같아도 배울 수 있는 시기는 금방 차창밖 풍경 지나듯 지나 버리니 

시간을 아껴 최선을 다하는 청소년기가 될 수 있도록 도우려 정성껏  프로그램을 짜곤 한다.

 

산다는 게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

세상 학교에선 그 누구도 가르쳐 주질 않는다.

 

돌아보면 학교에선 내가 평생 살아가는데 필요한 그 어떤 것도 배운 게 없으니

국민학교부터 시작한 나의 청춘시기는 돌아보면 그저 컴컴한 암흑시기 지옥이었다.

 

시험으로 성적을 매기고 줄을 세우는 학교에서는 1등 부터 꼴찌까지 등수를 매겨 교실 복도에 붙여 놓곤 했다.  중간위 어디쯤인가 위치해 있을 내 이름을 보고 싶지 않아 근처로 가지도 않았다. 나는 그와 같은 행태를 폭력으로 여겨 그저 말없이 이 시기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원하면서 하루하루를 숨 죽이며 살아가야 했다. 당시 나의 유일한 피난처는 책을 읽는 것이었고, 도서관에서 늦은 시간까지 책을 읽다 단칸방으로 돌아가 부모님의 폭력을 피해 다시 숨죽이고 아침이 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지옥같은 중학교를 반쯤 지날무렵 당시 대우 김우중씨나 현대 정주영씨같은 창업자의 일대기에 꽂혀버린 나는 재벌이 되기를 결심하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줄 것 같은 상업고등학교로 진학을 결심하였고 ,누구에게도 의논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해 치열한 경쟁을 거쳐 들어간 상업학교에서는 ‘돈을 버는 방법’이 아닌 '돈을 세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학교를 잘못 택했다고 생각하는데는 불과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고, 나는 다시 돈 버는 방법을 가르칠 것 같은 경상대학을 들어 가기 위해 진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상업학교를 지옥처럼 삼년을 다녀야만 했다.

 

결론적으로 상업학교든 상업대학이든 어디서도 ‘돈을 버는’방법에 대해서는 배우질 못했으니 지금 돌아봐도 참으로 의아스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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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별오름. Copyright © 민영주 2016. All rights reserved.

 

사회에서는 학교 다닐 때 성적이 어땠는지 누구도 물어보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만나면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지? 어떤 집에 사는지? 밥은 먹고 살 만한지? 통장에 저축해 둔 돈은 얼마나 있는지? 온통 관심사가 ‘돈’으로 몰린다.  현실이 이와 같은데도 왜 학교에서는 단 한번도 돈을 어떻게 버는지에 대하여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얼마전 40년이 넘어서 국민학교 6학년 때 한 반이었던 동창들을 만났다.  풍진 세월에도 어릴 적 이목구비가 제법 남아 있는 모습들이 만나면서 금방 기억나는 게 신기하였다.  졸업 이후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 보면 다들 예측 가능한 삶의 행로를 거쳐, 여전히 부모세대처럼 힘겨운 삶 속에서 허덕거리며 살아가고 있다.  빠른 전철과 비행기가.. 가벼운 스마트폰이 어렸을 적 꿈꾸었던 어렴풋한 행복을 가져다 주진 않았다.

 

이제 와서 서로를 만나 고작 관심 가지는 것이라곤 지위가 어떤지?  얼마나 가졌는지를 가늠하는 것이니 지난 40년의 세월이 가련하다. 인간 삶의 무게가 고작 지위나 가진 돈 따위로 측량될 것으로 여기며 살아 온 삶들이 앞으로 남은 삶에서도 얼마나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세상이란 곳이 어떤 곳인지?

 

살아 간다는것은 어떠한 것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만 할 것인지?

 

긴 인생을 어떻게 전망하고 설계할 것인지?

 

긴 세월이 지나 자신 인생의 무게를 어떻게 가늠할 수 있는지?

 

십대 청소년의 시기에  자신들의 삶에 대해 모두 생각하고 준비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학교에서는 시험이 아닌 , 길게 살아갈  인생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만 한다.

 

겨울이 시작된 내일학교는 이제 <생애기획> 시즌으로 접어들고 있다.

 

 

제주에서.

 

민영주.

 

 

 

DSC_6827_Fotor.jpg▲ 새별오름에서 하늘봄, 하늘사랑, 별하늘. Copyright © 민영주 2016. All rights reserved.

 

  • 혜원 2016.12.09 07:35
    오랫만에 자람지도 선생님의 사진을 보니 참 반갑습니다. 맞아요. 세월이 잠깐 사이에 많이 흘러간 느낌이 듭니다. 요즘에 지나다니는 청소년을 보면, "아.. 저 애는 앞으로 해볼 수 있는 일이 참 많겠구나.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저를 봅니다. 그런데, 세상이 공평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 나이때는 자기 앞에 놓인 다양한 가능성을 모르고 시간을 소모해버린다는 겁니다.
    글 감사합니다.
  • 울리미 2016.12.09 16:20
    자람지도 선생님의 글을 읽고, 지나간 세월을 후회하지 않도록 순간순간 절실히 살아야겠다고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 한별 2016.12.09 22:37
    어느듯 50이 훌쩍 넘었습니다. 아직 아닌 것 같은데 벌써 50중반입니다. 참말로 금방 갔습니다. 옛날 어른 들이 입버릇 처럼 하던말 '세월이 금방 지나간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 지성심 2016.12.16 21:34

    맞아요.. 인생이 참 훌쩍 지나가는 것 같아요..
    더 나이들기 전에 보람있고 행복하게 잘살아야겠습니다.

  • 한빛 2016.12.17 10:11
    세월은 나이에 비례해서 속도를 낸다고 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남은 생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최선을 다해서 사는게 그나마 답인듯 합니다. 오랜만에 글과 사진...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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