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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의 만남들

 

나는 어릴적에 돌을 가지고 놀기를 좋아 했던 것 같다. 얼굴에 있는 흉터가 그것을 말해 준다. 3~4살 경에 돌을 가지고 놀다가 돌파편이 콧잔등에 박혀 흉터가 생겼다고 한다. 그것이 돌과의 첫 만남이었던 것 같다. 별반 장난감이 없던 시절의 아이들에게 돌은 훌륭한 장난감이었다. 놀이도 다양했다 표적에 대한 집중력과 균형감각을 길러주던 비석치기는 그 시절에 남자아이라면 누구던지 하던 놀이였다. 그런가 하면 여자 아이들은 주로 공기돌 놀이를 많이 하였는데 나는 이 놀이도 무척 좋아했었다. 공기돌은 다섯 개로 하는 놀이도 있지만 자잘한 돌을 바닥에 많이 깔아 놓고 다른 돌은 건드리지 않고 하나씩 혹은 두 세 개씩 잡아내는 공기돌 놀이를 더 좋아했다. 돌놀이를 하면서 집중력이 길러졌던 것 같고, 손놀림도 민첩해졌던 것 같다. 모든 놀이가 그렇듯이 어울려 놀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성이 길러지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그러던 그 돌은 청소년기가 되면서 바위가 되어 나에게 다가 왔다. 슬픔과 아픈 사연을 지닌 바위로 변하여 눈앞에 턱 버티고 서 있는가 하면 때론 웅장하고 굳건한 모습으로 신념을 가르키기도 하였다. 내 자라던 곳 가까이에 태종대가 있었는데 그곳의 바위는 삶과 죽음의 길목에 서 있었다. 스스로 몸을 던져 생명을 받치는 제단이 되기도 하였다. 어떤이는 그곳에 도착하여 오륙도가 보이는 뛰어난 경관과 수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던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다시 살아 볼 희망을 품기도 했던 그 암벽은 자살바위라는 오명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이름을 들을 때면 무엇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괴괴한 감정이 먼저 떠오르게 된다. 사람들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 감수성 예민했던 시절에 다가온 그 바위는 거대하고 위엄을 지닌 외양이지만 한이 서려 있는 무서운 바위였다. 동시에 죽음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생각해 보게 하였다. 허무한 삶이 되지 않기를 기도하는 순간이도 하였다. 지금은 통제를 해서 자살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니 그 바위는 다시 바다위로 펼쳐진 장쾌한 풍광을 마음꺼 자랑 하고 있을 것이다.

 

기억 속의 또다른 바위는 설악산으로 옮겨진다. 금강산으로 가다가 설악산에 눌러 앉았다는 울산바위를 처음 본 것은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였다. 어마어마하게 큰 바위에 줄을 서서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위대한 자연 앞에 사람은 참 보잘 것 없는 존재구나! 그 높은 곳을 기어이 올라 가는 구나! 사람이 참 작다 는 생각을 하였다. 그 이후로 설악산을 서너 차례 더 찾아 갔지만 한번도 울산바위를 올라가 보진 않았다. 그저 멀리서 그 웅장함을 감상만 하였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참 작다는 생각을 하였다. 어디 그바위 앞에서만 내가 작아 보였게나만 겸손을 배우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기에,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사는 삶을 배우는 순간이었기에 큰 바위로 내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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