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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일 새싹학교 자람발표회는 자람과정(5~8학년) 학생들의 프로젝트 수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새싹학교에서는 가을학기부터 PBL(Project-based learning, 프로젝트 기반 학습)수업을 하였고

자람발표회는 2016학년도 마지막 PBL 수업이었습니다.

 

총감독을 비롯,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주제를 정하고 프로그램을 짜고 진행하는 것,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 진행하도록 하였습니다.

자람과정에서 먼저 회의를 하고 전체 새싹공사를 동해 모든 학생들이 참가하여 주요한 결정을 하였습니다.

학생들은 월드카페를 통해 올해 행사의 주제를 “뻔하지 않은 자람발표회”로 정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초청장 문구도 “뻔FUN한 자람발표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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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말은, 노래, 연주, 연극 ...

해마다 뻔한 자람발표회는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것이였습니다.

자람발표회니 만큼 실제로 자신들이 자람한 것을 발표하여야 한다는 것이였습니다.

 

행사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회의에서 제게 가장 많이 들려온 이야기는

“그 프로그램이 우리의 자람과 무슨 상관이예요?”였습니다.

사춘기 늘어지기 좋아하는 자람과정의 특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들,

예를 들면 ‘우리 늘 잠이 부족하고 틈만 나면 자니까 잠자는 모습을 프로그램으로 보여줍시다’라든가

‘토마토를  던져서 얼굴에 으깨는 프로그램을 합시다’라든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견이 나오면 한바탕 웃음이 출렁이면서 왁자해지고 낄낄대고

어쩌고 저쩌고 한참을 소란스러워지다가 누군가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우리가 자람한 것과 무슨 상관이 있어요?”

“그러게....”

“다른 거 찾아봐요!”

 

이번 PBL수업은 예열이 상당히 오래 걸렸습니다.

수업시작은 1월 16일에 하였으나 전체 프로그램이 확정된 것은 행사 4일 전인 1월 31일.

첫 번째 전체 리허설은 2일 전에 겨우 하게 되었습니다.

자람과정이 하겠다는 프로그램은 자신들의 생애기획서를 경매로 판다는 것이였습니다.

 

그 와중에 경매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학생도 3명,

이 역시 학생들 사이에서 의논을 하여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공개가 원칙이니

자신의 생애기획서를 공개하는 것은 당연하나 굳이 경매로 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인정하고

하고 싶은 사람만 경매에 참가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대신 경매에 참가하지 않는 학생은 경매사로 진행을 맡기로 하는 유연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경매를 하기 위해 자신의 생애기획서를 광고로 만들어 오기로 합니다.

스타워즈와 마리오를 등장시켜 마음에 안들면 100% 환불한다는 광고,

무협지처럼 생애기획서를 만들기 위해 수련을 하고 손오공처럼 도사를 찾아가 배워왔다는 광고,

공책에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쓴 다음 애니메이션처럼 찍어온 광고...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생애기획서가 꼭 사서 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리허설에 참가해보니

학생들이 경매 시작가를 5000원, 1000원 심지어 500원으로 해놓은 학생도 있었습니다.

 

“아니, 그 책 원가가 얼마입니까?

인쇄비에만 적어도 10만원을 든 책을 1000원으로 내놔요?

인쇄비만 해도 권당 10000원인데 자신들이 그 책을 만들기 위해 투자한 시간, 편집한 시간은 계산 안합니까?

자신이 어떻게 성장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이다 고민해서 쓴 책인데 그 노력은 계산도 안했지요?”

 

담임인 저는 진짜 화가 나서 조금 큰 소리를 내었습니다.

 

“ 내일 행사 시작할 때까지 시작가를 다시 생각해 오세요.”

 

행사 당일, 학생들은 경매 순서를 기다리며 초조해 합니다. 한 학생이 제게 묻습니다.

 

“선생님, 경매 시작가를 그냥 처음 정한 대로 5000원으로 하면 안되나요?”

“왜요?”

“......”

“안 팔리까봐 걱정되는구만...”

“네....”

“그럼, 편한대로 하세요.”

 

그래서 5000원을 시작가로 경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학생의 책은 45000원에 한 학부모가 낙찰을 받았습니다.

 

자람발표회가 끝나고 학부모님 몇몇분에게 어느 프로그램이 제일 재미있었냐고 물었습니다.

경매가 제일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실제 진행할 때 학부모들은 누구나 손을 들고 1000원 단위로 경매가를 불렀습니다.

정말 신이 나서 경매에 참가하였습니다.

 

때로 학생들은 자세히 자신들이 하는 행위를 설명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본질을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올해 자람발표회에서 자람과정은 생애기획서라는

자신들의 일년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을 누구나 신나게 참가할 수 있는 경매로 표현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은 학부모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날 최고 경매가는 85000원이었습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프로그램으로 자신들의 자람을 표현할지 기다려집니다.

 

  • 내일학교 2017.02.06 18:40
    내일새싹학교 학생들도 참 멋지네요. 잘 성장하길 바랍니다. 자람발표회도 축하하고 졸업식도 축하드립니다.
  • 한빛 2017.02.15 16:58
    정말 선생님들꼐서 애 많이 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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