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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리그? 원없이 놀아봐야 공부도 잘할 수 있어요.
미래교육포럼: 내일학교 1기 졸업생들과 재학생, 체험학생들과의 만남

 

 

<포럼 영상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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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학교는 모든 점에서 남다르고 특출난 학교지만, 그중에서도 매우 독특한 것을 꼽자면 졸업생 문화다. 대부분 학교의 학생들은 졸업하면 학교와는 그대로 안녕이다. 이삼십년 지나 추억으로나 한번 찾아올까, 더 이상 학교와는 연결되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내일학교의 졸업생들은 방학 때만 되면 학교를 찾아와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함께 생활하며 지낸다. 졸업생들의 ‘평생’을 학교가 후원하고 지지하는 학교 문화 덕분이다. 재학생들은 졸업생과 함께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생활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내일학교에 체험학생 십수 명이 들어와 북적대는 오늘, 내일학교 1기 졸업생인 민진하(하늘마음)와 한성(이창우)가 미국 대학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일학생과 체험생들의 고민과 궁금증에 대해 답하는 포럼 시간을 가졌다. 재학생과 체험학생 모두, 살아움직이는 자신들의 미래와 만나는 경험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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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대학 생활은 어떤가요?
한성: 저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산타크루즈U. C. Santa Cruz라고, 샌프란시스코 근방 산타 크루즈라는 곳에 위치한 곳에 다니고 있어요. 여기는 학교가 완전히 산 속에 있고,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매우 진보적인 학풍이 있어요. 저는 커뮤니티에 대해 배우고 싶었는데, 이곳에는 커뮤니티 전공이 있는 유일한 학교에요. 

 

하늘마음: 전 컬럼비아 대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저는 여기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고, 지금 4학년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컬럼비아는 흔히들 아이비리그라고 하는 명문대이고요. 세계 랭킹은 4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뉴욕시 맨해튼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어서, 하버드나 예일 붙은 학생들 중에서 뉴욕의 생활이 주는 다양성을 원해서 일부러 컬럼비아에 오는 경우도 있어요. 

 

컬럼비아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굉장히 많이 시켜서, 미국에서 가장 잠을 못자는 대학교,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대학교 1위로 꼽히기도 했대요. 그래서 중간에 그만두거나, 심지어 자살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어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 꿈이 없이 오로지 공부, 공부만 바라보고 온 학생들은 위기에 봉착하거나 아무리 노력을 해도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더 힘들어하고 안 좋은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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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미국에 있는 대학에 가게 되었나요?
한성: 저희 때에는 졸업할 때 국내에 있는 대학에 가려면 반드시 수능을 봐야 했어요. 하지만 그때 되어서 수능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건 우리가 지향했던 목적과도 안 맞고. 내일학교 다닐 때 설립자 선생님하고 미국 탐방여행을 했었는데, 그때 너무나 넓으면서도 문화적 다양성이 존재하는 미국을 경험해보고 한번 공부해보고 싶다, 이곳에서 활동해보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래서 다섯 명이 같이 유학을 갔지요. 나중에 가서 보니까 우리 같은 경우는 거의 없더라고요. 대부분 혼자 유학을 오고, 혼자서 낯선 언어, 낯선 문화, 새로운 공부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해요. 그러다보면 한국 학생들하고 어울리고, 게임하고 술마시고 그러다가 유학에 많이들 실패를 해요.

 

그런데 저희들은 원래 4년간 내일학교를 같이 다녔던 학생들끼리 같이 살면서 공부도 함께 하고, 식사도 함께 만들어 먹고, 휴일이면 요세미티 같은 곳에 가기도 했어요. 한 명이 나태해지면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고, 공부하다 힘들면 중간에 나가서 놀기도 하고. 그렇게 했기 때문에 나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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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학교에서는 국영수 공부를 안 하고, 수능준비도 안 하는데 대학에 어떻게 갈 수 있었나요? 

하늘마음: 여기 일반학교 다니고 있거나 다녔던 학생들 있죠? 약간 미안하지만, 본인 성적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아니죠? 이걸 물어보는 이유는, 보통 한국에서 대학을 가려면 SKY다, 인 서울은 가야 한다 그러잖아요. 매년 수능을 한 65만명쯤 보죠? 이 사람들이 똑같은 기준치에서 경쟁을 하는 건데, 그러면 65만명하고 경쟁을 해야 돼요. 그중에서 소수의 사람들만 명문대라는 곳에 갈 수 있고, 나머지는 다 떨어져야 돼요. 

 

그런데 미국 대학은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요새는 한국에서도 수시모집은 미국대학처럼 뽑죠. 성적이 아니라 그 사람의 스토리를 봐요. 어떤 삶을 살았고, 평소에 무엇을 하고,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내 삶의 스토리는 나만의 것이니까 경쟁이 아니에요. 내 삶과 여기 있는 학생들의 삶과, 어떤 삶이 더 나아요? A 받는 삶이라는 게 있어요?

 

내일학교에서는 항상 삶의 스토리를 중시하고, ‘너는 무슨 생각을 해?’ ‘어떤 의도로 이런 걸 만들었어?’ 이런 걸 항상 물어봐요. 그리고 팀으로 함께 살아가는 훈련, 프로젝트를 해내는 훈련, 자신의 삶을 이끄는 훈련을 매일같이 해요. 이런 삶의 경험과 스토리가 있으면, 시험점수는 ‘나는 이 대학에서 문제없이 강의를 들을 수준이 됩니다’라는 것만 증명하면 되는 거예요. 

 

제 이야기를 하자면, 제가 지금 컬럼비아에 다니지만, 미국 수능인 SAT와 미국 내신인 GPA만으로 경쟁하려고 했으면 전 컬럼비아 절대 못 들어왔어요. 왜냐하면 컬럼비아에 온 한국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을 10개 다녔대요. 맨날 일등만 하고, 그러고도 과외 받고, 중학교 때 유학 와서 사립학교 다니고 그랬어요. 그런데 이 학생들은 점수가 다예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안학교를 다녔고, 생전 국영수도 공부도 안 했어요. 그냥 제 스토리를 만들어왔고, 컬럼비아 들어올 때에도 제 스토리를 담은 에세이만으로 들어왔어요. 저는 에세이 안에 무슨 상 탔고 내가 얼마나 잘났고 그런 얘기는 일부러 하나도 쓰지 않았어요. 어차피 그런 걸로는 다른 학생들하고 경쟁이 안 되니까. 저는 ‘내 꿈이 무엇이고, 나는 누구고, 그래서 이 학교에 가고자 한다’라고만 썼어요. 보통 컬럼비아는 면접을 하거나 전화를 하거나 스카이프로 화상 대화를 해서 인터뷰를 꼭 한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인터뷰 없이 서류만으로 합격 통보를 받았어요. ‘이 학생은 다르네?’라고 본 거예요. 저는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기본적인 학점도 잘 나왔지만, 어차피 거기 지원하는 학생들은 다 A니까요. 스토리가 있다고 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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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학교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고, 그것이 진로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하늘마음: 지금 내일학교에 2년 가까이 다닌 꿈님이 제 옆에 있는데, 내일학교에 와서 달라진 점 세 가지를 꼽는다면 뭐가 있어요?

 

꿈: 일단, 다르게 생각하는 걸 배운 것 같아요. 예전에는 어른들이 얘기하면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지금은 ‘정말 그런가?’라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되고. 두 번째는 일반학교 다닐 때에는 미래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미래를 생각해보게 되었고. 세 번째는 예전에 저는 항상 친구랑 싸워도 잘못을 해도 저는 항상 맞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가 잘못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고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어요.

 

하늘마음: 그렇죠? 내일학교 다닌 학생들은 다 그런 것들을 배워요.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그건 성적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남들 눈에 잘 보이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겪어봐야 알 수 있는 거잖아요. 그것 외에도 내일학교를 다니면서 정말 남들과는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요. 우선은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걸 어렵지 않게 생각해요. 제가 일년에 한 번이나 두 번 내일학교에 오는데, 처음 꿈님이나 달님 체험학생으로 온거 봤을 때에는 나한테 말도 잘 안 걸고, 앞에 나가서 발표하면 말인지 옹알이인지 모를 정도였어요. (일동 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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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매번 올 때마다 보면,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앞에 나와서 사회를 보거나, 발표를 하거나 이런 걸 너무 잘 하는 거예요. 발표 잘하면 좋지, 그렇게 넘어갈 게 아니에요. 컬럼비아에 다니는 학생들 보면, 머리도 좋고 천재적이고 성실하고 온갖 뛰어난 교육을 받아왔고 그래요. 그런데 내일학생들이 가진 것 같은 발표능력을 가진 사람은 찾아보기가 힘들어요. 그냥 앞에 나와서 발표하는 것과, 자신감 있게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익숙한 것은 전혀 달라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모두 뛰어난 학생들이 모여있어도, 사람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발표하고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거든요. 

 

또 하나 예를 들면 함께 살아가는 능력, 팀웍이라고 하죠. 저는 내일학교 다닐 때에는 잘 몰랐어요. 그냥 다른 학생들과 함께 하는 게 당연하고, 프로젝트가 주어지면 역할 나눠서 이끄미 정하고, 촬영 담당 정하고, 기록도 하고. 전 그게 당연한 건줄 알았어요. 그런데 대학에 가고 사회에 나가면 그런 걸 잘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내일학생들은 알게 모르게 어렸을 때부터 훈련을 해서, 사람들과 함께 하는 방법을 알아요. 나중에 취직을 하든, 자기 사업을 하든, 가정을 이루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어떻게든 성공하는 삶으로 가져갈 수 있게 되는 거예요.

 

한성: 저는, 내일학교에서 배운 가장 큰 자산은 정신력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들도 발표 자주 하잖아요. 과제도 내고. ‘이번엔 정말 자신있고 잘 준비했다’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생각지도 않은 부분에서 왕창 깨지는 경우 많이 있죠? 잘한 부분은 잘했다고 해주시지만, 주로 설립자 선생님께서 저희들이 가지고 있는 틀을 완전히 깨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나는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만든 정원의 주제를 묻거나, 목적성을 묻거나, 계속해서 심도있게 진행이 되니까 해도 해도 더 도전할 지점이 나오고요.

 

제가 대학교 가고 보니까, 이게 정말 결정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제가 다니는 대학이 미국에서도 진보적이기로 손꼽히는 곳이에요. 그러다보니 경제학을 배워도 어떤 학자가 이렇게 말했다, 라고 배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걸 진짜라고 생각하느냐? 네가 생각하는 돈의 정의는 뭐냐?’라고 물어봐요. 다른 학생들은 그냥 공부만 했으니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굉장히 당황하고, 힘겨움을 이겨내지 못해서 그 수업을 포기하고 그래요. 교수를 탓하고. 사실은 자기가 끈기가 모자라고 정신력이 부족한 것인데.

 

저는 내일학교에서 수없이 깨지면서 키운 정신력, 계속해서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 자체가 졸업 이후 살아가는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도 제가 원하는 걸 얼마나 많이 이룰 수 있다면 그 훈련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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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럼비아에서 공부하는 게 정말 힘들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그렇게 의지를 내실 수가 있었어요?

하늘마음: 한성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내일학교 다닐 때 너무 많이 깨져봐서 웬만큼 힘든 것에는 잘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이 있는게 컸어요. 그리고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려고 해요. 잠도 조금밖에 못 자고 힘들지만, 어쨌든 컬럼비아 다니는 학생들은 다 그렇게 하는 거니까, 나만 고생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성적이 기대한 것만큼 나오지 않아도, 그래도 시험보려고 공부한 것은 내 안에 남는 거라고 생각하려고 해요. 그 공부를 하려고 대학에 온 거니까요.

 

무엇보다도 가장 큰 것은 꿈인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좋은 데 취직해서 억대 연봉받고 그런 게 제 목표라면, 이렇게 힘든 건 못할 거예요. 안할 것 같아요. 그리고 대학이라는 건 꿈으로 가기 위한 운전면허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 데 필요하면 따면 되는. 안 필요하면 없어도 되고요. 중요한 건 운전면허를 따서 그걸 가지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 거지, 면허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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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내일학교를 다니면서 꿈을 찾았나요?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어떻게 찾았는지 궁금해요.

한성: 저는 꿈하고 직업은 다른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제가 다니는 대학에서도, 미국이지만 한국하고 비슷해요. 고등학교 때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이 목표였고, 대학에 와서는 1,2학년 때에는 놀다가 3학년 되면 뒤늦게 공부하는데 잘 안 되고, 학자금 대출도 있고 먹고사는 것도 해야 하니까 적당한 곳에 취직하고. 

 

저는 지금 살아가는 세상에 문제가 많고, 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사람들하고 만나서 이야기하고 다양하게 즐기고 하는 걸 좋아해요. 내일학교는 그냥 9시에 가서 수업듣다가 5시면 돌아오는 그런 학교가 아니라, 일종의 커뮤니티잖아요? 그러니까 저희도 졸업한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매년 오고, 저희도 배우면서 가고 그러는 거구요. 저는 이 커뮤니티가 좋고, 그래서 커뮤니티가 제 화두예요. U.C. 산타크루즈에 간 것도 여기가 커뮤니티 전공이 있는 유일한 대학이거든요. 제가 가지고 있는 목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래서 미국에서도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러다보면 미국판 내일학교를 만들 수도 있겠죠? 그렇게 꿈을 이루다보면 더 큰 꿈을 가지게 될 수도 있는 거고요.

 

하늘마음: 꿈이라는 게 어떻게 생각하면 많이 복잡하고,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하고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원래는 꿈을 직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난 뭘 해야하지? 이렇게 접근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찾기가 어려웠어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을 안 하고, 내일학교에서 배우다 보면, ‘나는 누구이고, 너는 누구이고, 나와 너는 어떻게 다르지?’ 이런 걸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저는 제가 생각보다 굉장히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하늘마음 민진하라는 사람으로 자라기까지 부모님과 여러 분들이 저를 많이 도와주셨고, 많은 기대를 받으면서 살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이 소중한 삶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을 해봤어요.

 

그러면서 한 번 사는 인생이니까, 좀 더 많은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고 싶고, 가능하다면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이고, 그 다음에 ‘그러면 그렇게 살려면 나는 뭘 할 수 있을까?’라고 접근했던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고, 대화를 하면서 알아가는 걸 좋아하니까 심리학을 공부해서 영향력을 펼쳐보자, 그렇게 생각하니까 꿈이라는 게 쉽게 접근이 되더라고요. 아직은 저도 무슨 직업을 가질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한 가지 직업을 평생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회사를 다니게 되면 다니고, 작품 활동을 하면 하는 거지만 중요한 건 제가 생각한 꿈, ‘사람들을 도와주고,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이런 걸 실현하는 거니까요.

 

 

- 정말 궁금한 거는, 국영수 공부를 정말 안 해도 되나요? 두 분은 영어공부는 어떻게 하셨어요?

하늘마음: 국영수, 그리고 사회과학 이런 거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자면... 보통 학생들은 거의 이십년 가까이 공부하잖아요. 저는 그렇게 안 했거든요. 어렸을 땐 정말 원없이 놀았고, 영어도 고1때까지 알파벳만 알았지 읽을 줄도 몰랐어요. 회화도 헬로밖에 모르고. 수학도 정말 싫어했고 지금도 싫어하고 그래서 안 했고, 그래서 못 했지만, 해야지 하면 1~2년만에 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천재라서가 아니라, 사람이 원래 그렇게 되어 있어요. 일반학교 학생들이 십 몇 년씩 공부를 하는 이유를 가만 보니까, 1단계에서 6단계까지 있다고 치면, 6단계까지 하면 1단계 때 공부한 건 까먹어요. 그래서 다시 해야 되는 거예요. 그럴 필요 없어요

 

한성: 어학원 가고, 미국대학 가면 한국 학생들 정말 많아요. 그 학생들은, 중고등학교에서 공부할 때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한 거잖아요. 그런데 사람은 너무 고통스럽고 괴로웠던 건 잊어버리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한국 학생들은 분명히 한국에서 수학 과학 다 배우고 왔는데, 미국 대학 오면 다 까먹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해야 돼요. 영어도, 문법을 중심으로 배우고 오니까 정작 말을 할 때는 ‘어...’ 하면서 말을 못해요. 머릿속에서 ‘이건 문법적으로 틀린 것 같은데, 이건 뭐더라?’라고 생각하다가 말을 못해요. 그러다보면 대화에 어울릴 수가 없고, 발표할 기회도 못 갖고, 미국 대학에 적응하는 데에 실패하는 거예요.

 

그런데 하늘마음님이나 저는 그런 게 없으니까 그냥 하면 되더라구요. 한국 학생들 보면서는 ‘안됐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열심히 국영수 공부 하고 왔는데 대학에 와서는 쓸 데가 없고, 오히려 방해가 되고. 그래서 전 지금 굳이 관심도 없는 공부한다고 그러면 말리고 싶어요. 내가 진짜 관심있고 좋아서 하는 게 아니면 금방 잊어버릴텐데. 오히려 나중에 진짜 원해서 공부하고 싶을 때 방해만 되는데.

 

하늘마음: 사실 한성님이 내일학교 다닐 때 ‘국영수 안 해도 되나?’ 이런 걱정 엄청 많이 했어요. 이러다 대학 못 가는 거 아닌가 하고.

 

한성: 제가 내일학교 1기생들 중에서는 나이가 제일 많았어요. 그리고 저는 중학교까지 일반학교 다니다가 왔거든요. 내일학교 졸업 직전에는 중학교 때 알던 친구들은 다 대학교 가고 그러는데. 그런데 막상 지금 와서 보면, 제가 제일 대학을 잘 간 케이스가 되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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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 공부한 게 대학교 가서 공부하는 데에는 안 필요한가요? 

한성: 1기생들이 졸업할 때에는 수능을 안 보면 한국 대학에 진학할 방법이 없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한국도 수시로 뽑잖아요. 수능 안 보고. 서울대도 수시모집에서는 수능 없이 뽑는다고 하더라고요. 대학 가면 수능 보려고 공부한 걸 써먹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하나도 쓸모가 없어요. 대학에서는 고등학교 교육을 믿지 않기 때문에, 아예 다시 가르쳐요. 그리고 1년 지나면 전공 수업 듣기 시작하고요. 대학교 들어가는데에도 필요 없고 들어가서도 필요 없으면 할 이유가 없잖아요.

 

하늘마음: 저는 워낙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안 했고 싫어했기 때문에 한성님같은 고민은 안 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야 될 때가 오니까,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1년 정도 했더니 대학 수업 듣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학원 안 다니면 못할 것 같죠? 다 하게 되더라고요. 인간이 그만큼 대단해요. (웃음) 난 똑똑하지 않은데, 공부 적성에 안 맞는데, 그런 생각할 필요 없어요. 그런 고민을 할 시간에 차라리 노세요. 왜냐면 놀 시간은 지금밖에 없잖아요.

 

제가 컬럼비아 가서 보니까, 한국 학생이든 미국 학생이든 전부 어릴 때부터 공부만 하고 온 학생들이에요. 그러다보니까 대학에 오면 좀 지쳐 있어요. 그래서 놀기 시작하니까 학점은 당연히 바닥이고요.

 

저는 정말 공부를 안 했어요. 열심히 놀았어요. 그러고 대학에 갔잖아요. 여태까지 공부를 안 했는데 공부를 하려고 대학에 간 거니까 저는 그때부터 열심히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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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마음님은 자신만의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런 스토리를 어떻게 찾아내나요?

하늘마음: 여러분들이 대학교의 입학사정관이라서 누군가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이건 실제로 있었던 얘기인데, 2002년에 스탠포드에 한국 학생들이 많이 지원했대요. 다 우수한 학생들이고 성적도 좋아요. 그래서 ‘다 비슷하게 우수하니까 스토리를 보자’하고 에세이를 읽었대요. 그런데 정말 모두가 하나같이, 다 월드컵을 주제로 에세이를 썼다는 거예요. 그래서 전부 다 떨어졌대요. 얼마나 할 얘기가 없으면, 얼마나 자기 스토리가 없으면 전부 다 월드컵 얘기만 할 수 있냐고요.

 

하버드, 예일, 컬럼비아 들어오는 학생들이 쓴 에세이 보면, 정말 별거 없어요. 기껏해야 어디 요양원 가서 봉사한 거, 외국 가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해서 놀랐던 거, 여행 가서 카약 탄거, 이런 얘기예요. 그런데 여러분들 한번 봐요. 전 세계에서 몇 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서 닭을 돌보고, 정원을 만들고, 흙부대로 집을 짓고, 직접 요리를 하고 그러겠어요. 시골 촌구석에서 하는게 뭐가 대단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여러분은 그만큼 눈에 띄어요. 

 

물론 그냥 이렇게 살았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걸 통해서 여러분이 무엇을 느끼고 자신을 어떻게 성장시켰는지가 중요해요. 여러분들이 경험하는 것들이 힘들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중에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내가 이걸 지금 왜 하고 있지? 이걸 통해서 나는 어떻게 성장했지?’ 아무리 작은 거라도, 설거지를 하더라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하면, 나중에 다 자신의 스토리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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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 학생의 소감


꿈(내일학생: 두분이 대학에 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1년만에 다 했다는 말씀을 들으니, 남들이 19년동안 하는 걸 나는 1년만 하고, 나머지 18년을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명절 때 집에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항상 ‘검정고시 안 보냐’라고 물어보시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라(체험학생): 저는 한번 체험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왔는데, 말씀을 들어보니까, 저도 즐기면서 살아가고, 저에게 유리한 것도 할 수 있고, 대학도 가고 남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알아서 좋았어요.

 

화성인(체험학생): 여기 오기 전에는 학교에서 공부를 더 많이 해야된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두분 말씀을 들으니까 공부에 대해서는 그렇게 고민을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50 미래교육포럼

매주 토요일,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내일학교에 방문하여 포럼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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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포럼 16. 심리검사로 알아보는 '나'와 '우리 [2016.10.8 김가람] 을 들었습니다! 1 file 하늘태양 2016.10.09 433
65 포럼 16. 심리검사로 알아보는 '나'와 '우리 [2016.10.8 김가람] 1 file 내일학교 2016.10.06 1189
64 포럼 15. 동물과의 교감 [2016.10.1 김갑수] 1 file 내일학교 2016.10.06 215
63 포럼 14. 파괴적 혁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2016.9.25 박서기] 내일학교 2016.10.06 119
62 포럼 13. 교육문화예술마을 만들기 2 [2016.08.19 황석연] file 충녕 2016.10.02 112
61 포럼 12. 공부의 배신 [2016.08.13 안지은] file 충녕 2016.10.02 224
60 포럼 11. 인생이란 이름의 행위예술 [2016.08.13 민영주] 1 file 충녕 2016.10.02 155
59 포럼 10. 내일학생들에게 들려주는 꿈이야기 [2016.08.12 황지해] 1 file 충녕 2016.10.02 157
58 포럼 1. 기후변화시대 국제개발 리더십을 향해 [2016.07.30 오기출] file 충녕 2016.10.02 164
57 [장희정 작가님 포럼후기] "조금 다른 나만의 시선과 색깔을 만들어라!" 1 file 자림 2016.12.05 378
56 [예고] 이경덕님의 "문화인류학에 대하여" file 내일학교 2017.01.26 355
55 [예고] '나의 생애, 그리고 정원' - 강정화 이사(한택식물원) file 내일학교 2017.03.03 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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