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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소감문

- 감사 그리고 새로운 시작 -

2015. 2. 15.

산호수

 

 영원히 안 떠날 줄 알았던 내일 새싹 학교를 아주 떠나게 됐다. 졸업식을 준비하러 올라가는 차 안에서 저 생각만 하면 울컥 울컥 했다. 유치원 졸업식 이후로 처음 하는 졸업식이다. 졸업식이라는 단어가 너무 생소해서 과연 졸업을 한다는 게 뭘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럴 정도로 졸업이라는 것이 참 어색하고, 전혀 실감이 나지를 않았다.

 졸업식은 새싹학교에서의 지난 날들과 나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게 해 주었다. 3학년 때 처음으로 코펠에 밥을 짓고, 텐트를 쳐 야영을 해봤다. 그 당시 나는 그것에 어마어마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4학년 때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었는데 코펠에 밥을 못 짓고 텐트를 못 치는 다른 아이들 속에서 난 특별해!’ 하는 생각을 가지게 했었다. 내가 나 자신을 자랑스러워 했었다. 4학년 5학년 때는 전학을 간 다른 학교에서 조금 상처를 받고 온 듯 했다. 6학년 때는 다시 전인 새싹학교로 전학을 오게 됐다. ‘신입생이라는 별명으로 나를 괴롭게 했다. 그리고 사춘기가 찾아왔다.

 나는 과거의 나를 물에 둥둥 떠다닌다라고 표현했다. 목적 없이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자 라는 마인드가 6학년, 7학년, 8학년까지 있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엄청난 사춘기까지 함께 겹쳐서 나도 힘들고 내 주변인들도 힘들었다. 어쨌든, 그런 상황 속에서 나를 둥둥 떠다닌다라고 표현한 까닭은, 새싹학교에 있었기에 물 속으로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다른 학교에 다녔다면 이미 물 속으로 깊이 깊이 빠져 있었을 것이고, 고등학교를 다른 곳으로 진학했다면 역시 깊은 물 속으로 빠져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둥둥 떠다니는 건 둥둥 떠다니는 것이었다. 내 수많은 재능을 무시하고, 나는 못해, 못해 하며 틀에 박혀 버렸다. 새싹학교의 선생님들은 그런 나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는데, 나는 몽땅 무시하고 내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나한테 있었던 듯 했다.

 그렇지만 내일학교에 오게 되었다. 성장의 욕구가 생겨 나를 물 밖으로 끌어 올리고, 지난 날의 내 모습도 보게 되고 그런 나의 주변인들의 마음과 모습 역시 보이게 됐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감사였다.

 사춘기 때는 밥도 방에 가지고 가서 먹었는데, 부모님과 동생은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하지만 그런 나를 타박 한 번 하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수업시간에 언제나 오징어처럼 엎어져 있던 나를 끝까지 믿어주셨다. 학부모님들은 이런 나를 언제나 학교의 맏언니로써 믿어주셨다. 언제나 새싹들이 우리를 닮기를 바라셨다. 새싹들은 우리를 언제나 반짝 반짝 거리는 눈으로 바라봐 주었다. 그제야 보이는 마음들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좋은 마음으로 졸업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졸업식은, 단순히 몇 년 과정을 마치고 끝내는 자리가 아닌, 그 동안의 믿음 사랑에 끝없는 감사를 표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큰 절이라도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큰 절을 했다. 졸업식은 계획과 틀어진 부분들이 아주 많았지만, 나 자신이 그리고 모두가 진심을 담아 최선을 다했기에 마음이 좋았다. 하늘 바다한테 선물을 받는데 이제 새싹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니 눈물이 나왔다. 그리자 떠나기 싫어지는 마음까지 들어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졸업식은 무사히 마쳤다! 새싹들은 내 허리에 대롱 대롱 매달려 인사를 했다. 안녕~ 안녕.

모두의 믿음과 사랑을 발판으로 삼고 가지는 않는다. 마음에 소중히 껴안고 갈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발짝 내디뎠다.

 

  • 충녕 2015.02.15 13:49
    산호수님 졸업식 소감문 잘보았어요.^^
    아 산호수님이 예전에 그랬었구나..최근에 만난 나로서는 상상이 안되는?^^

    그런 둥둥 떠는 생활을 접고...샘솟는 성장의 욕구로 용기,생기, 발랄한 산호수님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합니다.^___^
  • 산호수 2015.02.15 21:20
    감사합니다♡
  • 단비 2015.02.15 15:30
    엄마로서 산호수님의 이런 성장통,.그 아픔을 딛고 큰 마음의키,달라진 눈빛,말투,태도...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새싹학교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새싹들,내일학교 선생님들,선배님들....그리고 누구보다 그 마음을 내어준 산호수에게...감사해요.물속에 가라앉지앉고 떠있어줘서.이제 자유롭게 물 만난 고기처럼 헤엄치는것 같은 모습으로 변화되어줘서.헤엄치다 두발로 뚜벅뚜벅 내일을 향해 걷고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줘서...고맙고,눈물나네요.사랑해요.내 딸 산호수♥
  • 산호수 2015.02.15 21:20
    엄마 나는왜 밥을 방에 가지고들어가서 먹었을까요..?ㅋㅋㅋ
  • 혜원 2015.02.18 10:58
    산호수님의 진지하고 진솔한 이야기 참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코펠에 밥을 짓고 야영한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고, 자기의 자란 모습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산호수님을 보는 것이 모든 선생님들의 기쁨아닐까 합니다. 화목국에서 산호수님과 함께 있는 저도 자랑스럽습니다. 몸과 마음이 점점 더 예뻐지고 건강해질 수 있도록 서로 돕도록 해요.
  • 지성심 2015.02.19 20:02
    산호수님, 진솔한 마음이 담겨있는 소감문 아주 잘 읽었어요.. 마음이 뭉클하네요..
    이 좋은 글을 새싹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올려주면 어떨까요?
    후배들과 여러 부모님들께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 기쁜빛 2015.02.21 20:28
    산호수님의 졸업식 소감문 저도 눈물을 훔치며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ㅎㅎ 산호수님이 드러내고 표현해가는 모습이 정말 좋고, 감사할 줄 아는 모습이 대견하고 예쁘네요. 산호수님에게 고맙고 졸업 축하해요! ^^
  • jarim 2015.02.22 20:54
    많은 변화와 성장을 곁에서 대하며, 이 글을 읽으니 더욱 마음 뭉클하군요.
    앞으로도 다함없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산호수님을 지켜봐 줄 사람들 많을 테니, 쑥쑥 성장해 가세요~
    이젠 멋진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또 다른 무한한 가능성을 많이 많이 캐내어 빛내가길 바래요~
    사랑합니다~~
  • 돋을볕 2015.03.03 11:45
    언제 이렇게 자랐을 까요? 마음도 몸도 정신도... 마냥 이쁘기만 했던 것 같았는데 이젠 어엿하게 세상으로 나갈 준비가 다 된 사람같아요. 지금의 마음가짐과 기운들을 잃지말고 더 넓은 곳에서 더 높은 곳으로 향해 날아가는 산호수님이 되기를 다시 한번 기원합니다.
  • 산호수나초부 2015.03.06 20:30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물 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의미가 담겨있는 진리네요.
    노아의 방주도 방향키가 없어 둥둥 떠다녔었지요.
    다른점이 있다면 산호수는 스스로 방향키를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
    영원히 사랑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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