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4 10:24

안동 나들이

조회 수 538 추천 수 0 댓글 8

 

(안동 나들이)

참 푸르고 아름다운 가을 날입니다. 모처럼 긴장을 풀고 헛틋한 마음도 달래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면서, 나서는 김에 잘 놀자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왠 일일 까요? 나가는 차안에서 학생들은 모두 자고 있습니다. 맑은 강물이 시퍼렇게 차창 밖으로 달리고 있고, 그 옆을 우뚝 서 있는 기암들이 저만치 뒤로 물러나고 있습니다. 내일 문화의 날 행사가 마무리되고 많이들 피곤하였나 봅니다. 분명 어제 하루 종일 쉬었을 텐데 말이죠. 일주일 전부터 학교안에서 매일 영화를 보고서도, 또 영화를 보겠다고 외출을 나가는 것이 약간은 찜찜하였는데, 아이들의 지친 듯이 자는 모습을 보고 찜찜한 기분을 달리는 강물속으로 던졌습니다. 영화관에 도착할 무렵에서야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눈을 뜹니다. 차에서 내리며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를 하는데 그 목소리가 가 참 쾌할 합니다. 잠을 잘 잤나 보군!

 

평일 낮의 영화관에는 몇몇 관람객들이 드문 드문 표를 구하고 4층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조용히 영화 보려는 사람에게는 딱 좋은 분위기입니다. 나와 아이를은 서로 다른 영화를 보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원래 보기로 하였던 ‘사도’에서 ‘베테랑’으로 바꾸어서 보았습니다. 한 아이가 사다준 물과 비스켓을 먹으면서 편안하게 즐겼습니다. 재벌에 대한 울분을 잘 건드려 히트를 친 영화입니다. 아이들이 본 액션 영화는 제목이 길어서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고 점심시간대에 영화를 보고 나니 좀 출출 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이미 나와 있어야 하는 아이들이 보이지 않아서 일단 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마침 전화가 옵니다. 예상 시간과는 달리 영화가 이제 끝났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차 있는 곳으로 달려옵니다. 그런 모습은 늘 사랑스럽습니다.

 

배가 고프니 뭔가를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넉넉지 않아서 간단하게 먹기로 하였습니다. 원래 약속이 그렇게 되어 있었죠. 안동 시장으로 갑니다. 보이는 김밥집과 짜장면집은 문을 닫았네요. 감깐 왔다 갔다 하였죠. 시간이 늘어지는 것 같았는데 아이들이 묘안을 냅니다. 각자 흩어져서 먹고 싶은 것 먹고 4시까지 주차장으로 모이자! 나도 순순히 따랐습니다. 다들 어디로 갔을 까요? 시장통로를 구경삼아 걷다 보니 아무도 없네요. 아니 기실은 저 앞쪽에 남학생 둘이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는 모습이 보이긴 합니다. 나도 먹을 만 한데를 찾아보지만 마땅한 데가 없네요. 간단하게 요기만 하면 되는데 적당한 곳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혼자서 먹을래니 멋쩍기도 하고요. 다행히 남학생 둘이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약간은 시간에 쫓기는 신세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 셋은 포장 마차 앞에 섰습니다. 떡뽁기, 오뎅, 순대를 시켰는데 왠지 양이 적어 보입니다. 맛은 그런데로 괜찮은데요. 길거리에 서서 먹는 꼬치 오뎅에는 낭만이 곁들여 있어서 기분 맛이 반입니다.

 

이제 배고픔을 달래었으니 놀아야죠! 주차장에 모두들 모였습니다. 볼링장으로 가는 길이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길을 더듬다시피 하면서 운전을 하였는데, 아주 가까운길로 아주 쉽게 찾았습니다. 이렇게 잘 풀리다니! 기분 좋았습니다. 그 때까지도 아이들은 영화 본 이야기를 하다가 볼링장으로 들어갑니다. 역시 볼링장 안에도 몇팀 밖에 없어서 약간 한산 하듯 합니다. 시끄러운 것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딱 좋은 분위기입니다. 편을 나눕니다. 알고 보니 여학생 셋은 왕초보입니다. 편가르기가 애매하여 한 동안 골머리를 앓다가 가위 바위 보로 편을 갈랐습니다. 가위 바위 보는 매우 유용하게 쓰이는 의결방식입니다. 결정되고 나면 아무도 군소리 하지 않습니다. 볼링공이 굴러 갑니다. 레인 옆에 있는 홈으로 빠져서 굴러 갑니다. 폼이 제각각이네요. 잠시 약간의 팁으로 자세를 잡아 줍니다. 남학생들은 그런데로 핀을 쓰러뜨리네요. 가끔 스트라이크가 나오기도 합니다.

 

손가락이 얼얼하지요? 세 판을 치고 나니 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가서 저녁 먹어야지요. 진 팀이 사준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차에 올라탔습니다. 다소 서늘한 날씨라 입안도 얼얼합니다. 어둑해진 거리에 라이트를 비추며 달립니다. 아이들은 오늘 소감을 얘기 합니다. 영화는 기대에 못 미쳤나 봅니다. 재미 있었다 없었다 설왕 설래 합니다. 볼링은 재미있었다고 이구동성 입니다. 여학생들은 모두 기록 갱신을 하였고. 남학생들은 좀 더 잘 칠 수 있었는데 하며 아쉬워합니다. 한 차례 소감 발표가 끝나고 다시 조용 합니다. 이번에는 제가 졸립니다. 큰일인데! 한 여학생이 눈치를 채고 노래를 부르자고 합니다. “호롱 호롱 산새 소리에 ~~~” 맑고 고운 목소리가 차안에 가득 찹니다. 경쾌하고 밝은 노래를 골라서 부릅니다. 학생들이 노래 불러 주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오늘 횡재 했습니다. 함께 따라 부르면서 청량산을 넘어 옵니다.

 

 

 

  • 혜원 2015.09.24 19:23
    한별님의 글은 언제 읽어도 참 맛이 있네요. ^^ 저도 안동에 함께 나갔다 온 기분이에요. ㅎㅎ
  • 한별 2015.09.24 22:44
    ㅎㅎㅎㅎ
  • 기쁜빛 2015.09.25 00:15
    다들 즐겁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되었겠네요~
  • 한별 2015.09.25 08:23
    네 .. 한 3년만에 볼링 친것 같아요. 언제 또 칠 수 있을 런지..쩝
  • Hasa 2015.09.26 10:57
    우와~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내신거 같아 저도 기분이 좋네요~ ㅋㅋㅋ
    저도 볼링 좋아 하는데 다음번에 또 함께 나가요~
  • 한별 2015.09.30 05:53
    네,,하사님 우리 같이 함 가 볼까요..^^
  • 하늘마음 2015.10.09 11:34
    진짜 한별쌤의 글은 언제나 참 좋습니다! 저도 함께 안동에 가서 순대와 떡볶이를 먹고 볼링을 치고 온 것만 같아요!! 자주 올려주세요~~
  • 한별 2015.10.10 22:56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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