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11 12:34

(수필)가을맞이

조회 수 365 추천 수 0 댓글 6

 

(가을맞이)

아직 눈을 뜨지 못했다. 이른 새벽에 시계 알람소리가 요란스럽게 작은 방을 울리고 있는데, 뒤척이는 몸은 일어서기를 거부하듯 ‘조금만 더‘ 하는 생각을 따라 퀴퀴한 냄새가 나는 이불 속에서 꼼지락 거린다. ’아차 오늘 아침 식사 당번이지’ 하는 생각이 불꽃을 튕기면서 몸은 튕기듯이 상체를 세웠다. 껌뻑거리는 눈꺼풀이 뻑뻑하게 느껴지면서 어스럼한 창빛이 스치듯이 눈에 들어온다. 훤하게 밝아 있을 것 같았던 날이 아직도 어스럼하여 해가 짧아졌다는 생각과 함께 밤이 길어 졌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어섰다. 서늘한 느낌이 온 몸에 감겨 든다. 긴팔옷을 찾아 입었다. 따스함이 느껴진다. 문을 열고나오니 일어났을 때 보다 조금 더 밝아 보인다. 날의 변화를 확인이라도 하듯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파랗다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투명하고, 투명하다고만 말하기에는 옅은 하늘 비치 색이 곱고 높다. 새하얀 구름덩이들이 아침햇살을 받으며 부끄러운듯 조금씩 붉그레 하다. 시간 여유만 있다면 천천히 걸으면서 이 하늘과 하나되고 싶은데 다음 기회로 넘겨야 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스산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법 바람소리가 윙윙거리는 거리를 달리면서 차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나뭇잎들이 푸르름이 한풀 꺽인 듯 꺼묵한 느낌이 든다는 생각을 하였다. 길 옆 밭 가장자리에 심어 놓은 사과나무에는 주홍빛 도는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고, 오미자 터널에는 얼핏 보면 잘 보이지 않는 오미자열매가 빨갛게 익어 달려있다, 어디 그뿐인가 산골논에는 벼가 노래지고 있다. 내가 지은 농사가 아닌데도 마음이 배부른 듯 든든하다. 멀리 일월산 자락위로 햇살이 비추인다. 하연구름은 더욱 붉어지면서 하늘 높이 흐른다. 즐겁던 여름은 구름 속에 실려 가고 있다. 너무도 짧았던 여름, 그 여름이 내 곁에 머물지 않고 떠나간다. 할 수만 있다면 붙들고 싶었던 마음도 구름을 탄다. 그리고 청명한 하늘빛을 담고 풍성함을 담아서 가을을 맞아 들이고 있다. 학교 정원에 가을 꽃이 하늘거리며 여기 저기 숨은 듯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빨갛고 하얗고 노랗다. 그 길을 지나서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나는 하얀색 티를 입고 있었다. 깔끔하게 차려 입은 내가 마음에 든다. 커다란 미소를 지으면서 주방으로 들어 갔다. 제일 먼저 메뉴판을 보고 식자재를 준비하고 다듬어 본다. 전기 밥솥에는 밥익는 냄새가 나고 주방안에 따스한 온기가 돈다.

 

  • 하늘마음 2015.09.12 05:56
    한별쌤~ 수필 너무 잘 읽었어요. 글을읽음과 동시에 봉화의 아침이 마치 영화 보듯 그려지네요..! 수필 계속 써주세요~~^^
  • 한별 2015.09.12 07:39
    하이 ~ 하늘마음님... 노력해 볼께 ^^
  • 지성심 2015.09.12 19:34
    와~ 한별님, 가을의 정서가 물씬 느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 한별 2015.09.15 06:52
    벌써 가을이 다가 왔어요. 도심의 거리엔 사람들이 활기차게 걷겠죠?
  • 한섬 2015.09.12 23:21
    한별님~가을맞이의 모습들을 잘 묘사해주셨네요~자주 자주 써주세요~
  • 한별 2015.09.15 06:55
    아침 일찍 등교하는 길이 너무 고와서요. 가을은 참 아름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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