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비닐을 치려면 '로타리'라는 농기계가 필요하고
마을에서 빌리면 비닐 한마끼, 300평당 구만원을 달랍니다.
비닐값 삼만원까지 포함한 걸로 생각하면 엄청 큰 돈은 아니지만
그 돈도 생돈인지라 아까워서 몸으로 때우기로 했습니다.
뙤약볕에서 내가 사람인지 소인지 로타리인지 모를 지경이 되어
비닐을 끌고 헉헉...
삽과 혼연일체가 되어 또다시 헉헉...
힘들어 지쳐서 앉아있는데
우리 농장의 워킹머신 기쁜빛은
삽질 한 번에 손가락을 하늘로 찌르고
삽질 두 번에 손가락을 땅으로 찌르고
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그야말로
농장 디스코를 춰요.
(나중에 들어보니 너무 힘들어서 힘 내려고 그랬다고...)
그런데 돈 아끼려고 몸으로 때우다가 몸살났어요.
그리고 또 닭 기르는 스케쥴을 어찌어찌 빼서
마을에서 늦자란 모종을 받아다가 심기.
자그마치 2천주...
재작년에는 백 주 가지고만도 온 식구 다 먹고 남아돌았는데
우짜스까...
우리의 보리쌤은 오로지
태양초를 만들어볼 생각에 여념이 없으십니다.
하긴 야무진 꿈을 꿀떡꿀떡 꿔볼 만도 한 것이
저수지 공사를 한다고 삼 년이나 묵혔던 밭에
농약은 칠 줄 몰라서 못치고
화학 비료는 없어서 못주고
반경 3km 내로 아무런 밭도 없어서 바람결에 날아오는 농약도 없는 곳이라
마을에서도 호시탐탐 도지(소작) 달라고 입질이 오던 데였거든요.
파는 고춧가루는 농약이 떡이 될 때까지 쳐놔가지고
먼지와 농약이 엉겨붙어 찐뜩해진 것을 닦아내야 한다고 해요.
그나마 농약 친 거라 해도 국산 태양초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지요.
그래서 고추를 심어서 무농약....아니 사실은 방치를 좀 하면서
잡초와 고추를 함께 길렀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방치에도 무색하게 드디어드디어!
풋고추가 열렸어요~
저는 풋고추 반찬이 세상에서 젤루 좋습니다.
밭에서 막 따온 풋고추에 된장만 있으면
아무 반찬이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보리쌤의 태양초 플랜이 무색하게도
틈만나면 밭에 가서 풋고추를 그득그득 따오고 있다는 사실...
미안해요 보리쌤.
제일 실한 거 두어 개는 빨갛게 될 때까지 남겨놓을게요~
냠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