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밥 차리기
2015. 6. 15
이제 완전히 여름이다. 점점 더워지기에 아침에 한번 반팔을 입고 나왔는데, 전혀 춥지 않아서 놀라웠다. 닭들도 더운지 군데군데 땅바닥에 몸을 바싹 붙이고 알을 품듯이 앉아있어 정말 귀엽다. 하지만 냄새와 먼지도 한층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에 마스크는 필수품이다. 안그러면 콧물에... 먼지에... 장난이 아니다. (어떤 남학생들은 계사운력을 하면 먼지를 하도 많이 먹어서 고프던 배도 고프지 않게 되어버린다고도 이야기한다)
그런데 내가 그리 중요한 마스크를 빨았는데 끈이 빠져버려, 수리하는 동안 사용하지 못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주에 각 기수마다 한 명씩 뽑는 ‘사료 배합’팀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손을 번쩍번쩍 들어 자원 한 것이다!
사료배합을 하면 일단 좋은 점은 신선한 공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 사실 그게 가장 좋다. 그리고 재미있는 깸묵부수기를 할 수 있다는 점! 깸묵은 깨를 짜고 남은 찌꺼기 덩어리인데 손으로, 돌로 부수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떤 날은 2시간동안 깸묵만 부순 적이 있었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그 외에도 나는 이상하게 사료배합하는 게 즐겁다. 새로워서 그런가? 하여튼 귀여운 4, 6기들을 보는 것도 좋지만 사료배합 하는 것도 좋다. 다 만들고 나면 그저 사료일 뿐인데 그 과정에는 아주 많은 재료들이 들어간다. 깸묵 뿐만 아니라 사료포대, 미강, 건초, 흙, 패분, 왕겨, 콩, 한약재 등등……. 그러한 재료들을 비율에 맞춰 넣고, 섞고, 포대 하나하나에 담고 배달하고. 닭들을 배부르게 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 아니, 아예 닭들을 비닐하우스에서 키워나가는 것 자체가 정말 어마무시하게 큰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다. 딱 닭 크기만한 케이지에 자동으로 사료주고, 알 받고 하는 것은 이런 일에 비해 얼마나 쉽겠는가? 하지만 그건 건강하지도 않고, 닭이라는 하나의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일이다. 평생 그 작은 곳에서 살면서 알만 낳다가 죽다니……. 우리는 닭들을 정말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다!
급이든, 세척이든, 관리든, 배합이든, 풀베기든, 우리는 정말 멋진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닭들을 생각하며 더욱 힘차게 일을 할 것이다!
(길과 자동차 발표때 썼던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