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때는 말이야... 얼음을 깨고 닭들 물주고, 얼음깨다 빠져서 발이 젖기도 하고 그랬지.. 양계사업 첫해라 경험이 없어 병아리도 많이 죽고 그랬어. 휴..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견뎠을까...그런 생각이 들어."
라고 몇년 후 추억삼아, 교훈 삼아 말 할 날이 오겠지.
새벽 병아리동으로 걷는데, 숨을 쉴 때마다 콧 속에 얼음이 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추운데, 병아리들은 괜찮을까?
아니나다를까... 꽤 많은 병아리들이 병동(?)에 모여있다. 그보다 한배 반 많은 병아리들이 죽어있다.
수시로 유담뿌 물을 갈아주어 육추실 안은 따뜻한데, 그 안에서 이리저리 몰려다니다 깔려죽은 놈들과, 무리에서 혼자 떨어져 서서히 체온이 떨어져 얼어가는 놈들이다. 엉덩이를 의자에 붙일 새 없이 육추사를 돌아보지만, 눈돌린 새에 깔린 놈, 얼어가는 놈들이 생겨 속상하다.
설탕물을 억지로 먹이고 마사지해주고 따뜻한 병동에 넣어주면, 삼분의 일은 살고 삼분의 이는 살지 못한다. 처음엔 내 손에서 마지막 숨을 크게 쉬며 눈을 크게 뜨고 눈물 한방울 떨어뜨리며 죽는 모습이 충격적이었지만, 자꾸 죽는 놈들이 생기니, 이제는 죽음도 담담해지는 것 같다.
육추실 커튼을 들추면, 어떤 놈은 벌써 날 듯이 커튼 열린 틈으로 도망을 치고, 어떤 놈은 어찌나 발이 빠른지 잡아 넣기도 힘들다. 그 와중에도 순식간에 무리에 밟힌 놈도 생기고, 물 먹다 빠져서 홀딱 젖는 놈들도 생기는데, 이런 놈들은 얼른 돌봐주면 거의 살아난다.
원래 여물지 못한 일정 수의 병아리는 자연도태되지만, 경험부족으로 도착하자마자 너무 많은 수가 죽어서 한놈이라도 덜 죽도록 모두 한마음이다.
날이 훤하게 밝는다. 병아리동을 교대하고 맛닭과 토종닭 닭살이장 관리를 한다. 영하 6도. 외부온도보다는 훨씬 따뜻하지만, 그래도 춥다. 이정도가 되면 산란율이 뚝 떨어진다. 이 날씨에도 살아있어줘서 고맙다.
땅을 뒤집어줘야 하는데, 땅이 얼어서 못한다. 물통을 씻어줘야 하는데, 물이 꽝꽝 얼어서 씻지 못한다.
요즘 병아리에 집중하느라 맛닭과 토종닭에 소홀하다. 여느 때처럼 시냇물의 얼음 속에서 물을 길어 식수를 공급한다. 참 고생스럽다...
뭐든지 얼어붙게 만드는 봉화 청명골 날씨덕분에 니쁠은 그림의 떡이다. 그나마 시냇물이라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자.
다들 아직 본격적인 겨울이 오려면 좀 더 있어야 한다는데, 나는 벌써 꽃피는 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