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학생들이 무청 모으다가 밭에서 기절한 사연
때는 누렇게 변한 칡잎조차 떨어져버린 봉화의 초겨울,
닭엄마 예진샘은 모처럼의 휴일을 맞아 근처 온천에 목간을 다녀오며
매의 눈으로 주변 밭을 이잡듯 샅샅이 뒤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예진샘의 눈에 들어온!
단무지용 무를 수확하는 밭!
그 밭 위에 널부러진 무청, 무청, 무청!!
예진샘은 그순간 급브레이크를 밟아 밭 한켠에 차를 세우고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농장 식구들 주려고 바리바리 사온 음료수 봉지를 고이 꺼내들어
무를 수확하는 아저씨들에게 다가갔던 것입니다.
"아저씨, 혹시 이 무청... 버리시는 건가요?"
그러자 아저씨들은 예진샘을 한번 흘끗 보고는
무심하고 시크한 표정으로 답하셨습니다.
"쓸건 쓰고, 버릴 건 버리지예. 거 갖고 뭐할라꼬요?"
예진샘은 속으로는 방방 뛰며 만세삼창을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다소곳한 미소를 유지하며 아저씨들께 음료수를 권하고는
결국은 '가져갈 수 있으면 양껏 가져가라'는 허락을 득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이 밥만 먹고는 살 수 없듯
닭도 사료만 먹고는 살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모처럼의 풀 공급원을 찾은 우리는
신속하게 행동을 개시하기로 했습니다.
"얘들아~ 무청 가지러 가는데 같이 안 갈래?"
요즘 수업도 거의 못하고 기숙사 짓느라 초죽음이 된 내일학생들은
'샘~ 힘들어요~ 못하겠어요~' 이럴 줄 알았는데
웬일인지 흔쾌하게 따라나섭니다.
열심히 무청을 긁어모은 내일학생들...
넷밖에 안되지만 그래도 손이 많으니 삼사십분만에 트럭이 가득찼습니다.
이래서 농촌에선 애들을 많이 낳아야 하나봅니다.
그래서 트럭에 그득그득 무청을 싣고 떠나려는 찰나!
갑자기 학생들이 밭고랑 위로 픽, 픽 쓰러집니다!
헉 우리가 아이들을 너무 혹사시킨 것인가...
하고 놀라던 찰나 이놈들의 입에서 합창하듯 흘러나온 간사한 한마디
"쌤~ 저희 너무 힘들어요... 힘들어서...
짜장면을 안 먹으면 도저히 못 일어나겠어요~!!!"
헉... 알고보니 내일학생들끼리 다 짜고서 따라나왔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시급보다 더 비싼 짜장면을 한그릇씩 먹이고서야
우리는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얘들아 고개좀 들어라...
아무튼 그렇게 가져온 무청을 닭들이 환장을 하면서 쪼아먹으니
닭엄마들은 모두 흐뭇해졌습니다.
아~ 김장철이 더 오래가면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