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일지 - 나의 무력함아~ㅠㅠ>
6기 병아리동은 한참 전부터 바닥이 축축하다. 언제는 너무 심해서 물바다가 생기고 갯벌이 생긴 적도 있다. 그 축축한 바닥 때문에 6기 동의 냄새는 코를 찌르고 설상가상 6기들의 몸집이 엄청 커져서 계사 안이 터질 것 같다. 그 습하고 냄새 나는 축축한 바닥에 6기들의 조그만 발이 푹푹 빠지는 걸 보면 내 가슴이 너무 아프다. 저 기분 나쁜 바닥을 요술을 써서라도 포실포실한 바닥으 만들고 싶었다.
지금은 그런 축축한 바닥에는 왕겨를 깔면 한결 낫다는 걸 알지만, 처음에는 이게 왜 이렇게 축축한 건지, 어떻게 하면 원래 대로 돌아올지 아무것도 몰라서 안절부절 못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얼마나 무력하게 느껴지는지! 애들이 만족스러운 환경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아는 게 없어서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무 것도 없으니 너무 미안했다.
계사 일을 하다 보면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나는 내일학교에서 계사 일을 한지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아니 잠시만… 벌써 1년이나 됐다니.) 아직까지 계사 일에 대해, 닭들과 병아리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얼마 전까지 어느 수준이 돼야 왕겨를 갈아야 할지 몰랐었고 어느 수준이 돼야 바닥을 뒤집어야 할지 몰랐다. 머리에 든 게 없었다. 그래서 알고 싶어졌고, 닭들을 만족스럽게 해주고 싶었기에 공부도 하고 싶었다. 지식 고프단 게 이런 건가 했다.
어쨌든, 얼른 6기들을 이사 시켜서 넓은 집에서 살 수 있게 해주고, 포실포실하고 청결한 집에서 살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제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4기들도 최대한 만족스러운 환경에서 살게 해주고 싶다. 그래야 달걀도 맛있고~ 나도 좋고~ 닭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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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과 수탉>
*1월 24일에 쓴 닭 일지
암탉과 수탉은 어울렸을 때 이미지가 굉장히 품위있고 금술이 좋아 보인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집 마당에 유유하게 어슬렁 거리는 한 쌍의 암탉과 수탉이 떠오른다.
근데 내일학교에서의 암탉과 수탉은 뭐 별로 안 그렇다. 그냥 걔가 걔고 걔가 걔며... 가끔씩 보는 짝찟기 장면은 너무 폭력(?)적이고 강압(?) 적이고 암탉이 엄청 괴로워 보여서 눈쌀이 찌푸려진다. 그래서 여기 오고 나서 암탉과 수탉에 대한 이미지와 환상이 깨져버렸다. 그리도 귀엽다. 새들 중에서는 닭이 암수가 너무 예쁘게 나뉘어져 있는 것 같다. 몸집이며 생김새며 목소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