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초가 타오를 때
나는 저 고조선의 하늘이 열리던 날의
신단수를
생각한다.
제 몸을 허물고서야
비로소
빛이 열리는 양초불 속에서
나는 또 처형 예수를,
성불 비로자나를
느끼고 싶다.
부질없음을 버리기 보다
부질없음에 더욱 매어달려
달걀은 지금 시장의 구루마 위에
줄줄이 나와 앉아있다.
따스한 햇빛이
방파제도 없는 바다처럼 밀려들어
출렁출렁 고운 알들을 밀어주고 있다.
한 알의 달걀 속에 얼마나 많은 길들이 잠들어 있는가.
한 알의 새알 속에는 또 얼마나 큰 하늘이 기다리고 있는가.
- 김승희 달걀속의 생 110.1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