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21 21:49

어떻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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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다.

일요일은 뒹굴 뒹굴 게으름을 부리고 싶은 날이다.

무언가 쉬어야 할 것만 같음.. 그러다 보니 오전 충분한 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쉬더라도 3끼 식사는 꼭 꼭 챙겨먹는 좋은 습관이 생긴 덕분에 8시에 아침을 먹는다.

아침 메뉴는 즐겨 먹는 계란토마토 피자,  유기농우유 한 컵, 빵2조각. 이정도면 매우 럭셔리 아침 식사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간단한 실험을 한다.

마트에서 사온 유정란과 내일학교 파아란지구농장의 유정란 두 개의 신선도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이다.

같은 날짜에 포장된 두 팩의 유정란을 냉장고의 같은 칸에 보관 한다. 그리고 넓은 접시에 각각의 계란을 깨서 노른자의 빛깔,  신선도를 관찰한다.  신선도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달걀의  농후난백과 수양난백의 뚜렷한 경계를 관찰하는 것이다.  

 

실험 5일차 같은 달걀팩에 들어 있어도 신선도에는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지금 까지는 두 달걀 모두 매우 신선한다. 7월8일 포장된 달걀이니.. 내일이면 2주가 된다. 마트의 유정란은 보통 유통기한이 25일이라고 한다.  25일 후에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알아 보려면.. 지금 사온 달걀로는 부족하다. 다음번 실험을 할 때는 같은날 포장된 달걀을 2~3팩 정도는 구입해야 한 달정도.. 지속적인 관찰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일란과 같은날 포장된 달걀을 찾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간단한 실험이 끝나면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달걀을 넣어 아주 약한 불에서 천천히 토마토와 함께 익힌다.  달걀만 먹는 것 보다 토마토와 함께 익혀 먹는 것을 참 좋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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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려온 '인격이 운명이다'라는 책을 읽다가 스르르 잠이든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니 책을 읽지 않고 표지만 보아도 행복하다. 책 제목만 보고 있어도 왠지 뿌듯하다. 개가 짖어서 중간 중간 깨기도 했지만, 그래도 충분한 수면과 쉼, 충전의 시간이었다.  다시 1시가 되어 점심을 먹는다. 매우 규칙적인 식사다. 

 

농장에서는 일요일이 없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닭먹이주고, 방목시키고, 아픈닭은 없는지 살피고,  닭이 낳은 황글알을 모아,  황금알의 주인에게 보내주는 일.. 봉화 파아란지구농장에 있는 내일학생들과 선생님들은 매일 365일 쉼 없이 농장을 관리 운영하고 있다.  지금의 나의 생활은 매우 호사스러운 사치이며 하루 하루가 휴가이고 피서다.  참 행복한 시간이다.  문득.. 나는 매일 매일 쉬지 않고 사랑농사를 지어야 겠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날마다 날마다 달걀을 알리고 지인들에게 전화를 하고.. 이런 모든 것들이 이미 '사랑농사'를 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몰랐던 안부를 묻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힘든이야기 축하할 이야기 들이 오고 가면서 위로도 하고 가슴도 아파하고.. 기다리기도 한다. 나는 비록 농장에서 닭을 돌보고 있지는 않지만,  닭이낳은 황글알의 진로를 찾기 위해 매일 매일 달걀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

 

  

 

 

잠시 잠깐.. 오늘은 외출하지 않고. 좀 쉬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물주고 검질하고(잡초뽑기) 수확의 기쁨을 맛보는 어르신의 농사짓는 풍경을 보며.. 잠깐 가졌던 마음을 돌려 잠시라도 달걀의 진로를 찾기위해 외출을 했다. 정말 사랑농사를 짓고 싶다면.. 성실히 해야 할 바,  스스로 하기로 한 것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어릴 때 부터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잘 하지 못했다. 지금도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잘 못한다.  시키는 사람도 없지만..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발 벗고 나선 일이다. 달걀의 주인을 찾아주는 일, 달걀의 진로를 찾아주는 일.. 참 즐거운 일이다.  일요일도 쉬지 않고.. 365일 하다보면 분명 큰 보람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가까이 살면서도 그간 연락하지 못했던 위미의 젊은 언니에게 달걀과 브로셔 구운달걀을 전해준다.  8월과 9월 육지에 다녀올 일이 많아.. 아직 정기회원은 부담이 된다하여 추석 지나고 다시 이야기 하기로 했다.  위미,  자연방목 소를 키우는 세 아이의 어머니에게도 달걀을 건네준다. 아이들 좋은 것 먹일려고 시작한 것이니.. 아이들에게 좋은 달걀 먹여보세요.. 라고.. 말씀 드리고.. 아이들에게 인사 하고 나온다.  서귀포로 나가는 길에 새롭게 우유먹는 집도 알아본다. 내일 부터 우유를 넣어 드릴것이라.. 인사도 드리고.. 내일학교 달걀과 브로셔 구운달걀도 건네 드린다. 두 남자아이가 나를 바라본다. 낯선지 인사를 해도 멀뚱멀뚱 바라본다. 어머니가 입으신 옷을 보니.. 모유수유하는 갓난아이가 있는 것 같아.. 아이가 셋인가요? 라고 여쭤본다. 그렇다고 한다.. 우리 자랄때는 집에 아이3~4있는 것이 보통이였는데.. 한 동안 집에 외동딸, 외동아들이 많더니.. 다시 베이비붐이 일었는지.. 제주에서 만나는 풍경은 집집마다 아이들이 3~4이 된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역시 아이들키우기에 좋은 환경인가 보다. 제주도 뿐 아니라 육지도 아이3~4인 가정이 많은걸까?  아이들 3~4 키우면서.. 자연방목 유정란 먹이는 것이 살림하는 입장에서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 먹일려고 농장을 시작했으니.. 많은 아이들이  좋은 달걀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서귀포에 살고 계신 초등학교 선생님을 찾아 뵈었다.  몇 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곱고 밝은얼굴 그대로이다. 내일학생이 직접키운 생달걀과 브로셔 구운달걀을 드린다. 드셔 보시더니 달걀맛이 틀리다고 하신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해지기전에 위미로 돌아온다.

 

햇빛이 뜨거울 때는 주로 전화를 한다. 육지에 있는 지인들에게 가족들에게.. 귤 팔때만 연락 드렸던 이모부에게도 전화를 드린다. 마침 달걀이 떨어졌으니.. 빨리 보내 달라고 하신다.  일단 3개월 먼저 드셔 보신다고 한다. 내일 배송해 드리겠다고 하였다.  한 통 두 통 전화를 하다 보면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듣게된다. 아이를 낳으면 우울증이 있다던데.. 정말로 그런지.. 아이를 낳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궁금하여.. 물어본다.. 알 수 없지만.. 정말 .. 애썼다고 위로를 한다.. 군대간 아들은 벌써 제대를 하고.. 이번달 말에는 가족들이 제주도로 여행을 오고.. 입덧을 해서. 계란냄새도 못 맡아서 아이들이 벌써 몇 개월째 계란 구경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   내일란 먹고 입덧 안하면 달걀후기에 꼭 올려달라고 이야기도 한다.  정기모임중이라 통화가 어렵다 하면.. 다음 정기모임때는 꼭 달걀홍보해 달라고 다시 통화하자고 전화를 끊는다.  어떻게 지내세요? 라고 물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달걀팔면서 지내요! 라고 한다. ^^ 이렇게 달걀의 주인찾기는 시작된다

 

 

일요일도 흘러갔다.

하루를 되돌아 보며.. 나는 오늘 무엇을 했지?

처음에는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았는데..

되돌아 보니.. 충분한 충전과 달걀의 진로계발로 애쓴 스스로를 격려한다.

 

 

오랜만에 ..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는 학생과 통화를 하며..

진로는 결정했는지. 물어 보았다. 아직 고민중이라고 하여..

웃으며 농장이야기를 한다..

파아란지구농장에는 3천마리의 닭들이 하루에 천오백개씩 알을 낳는다...

진로가 결정된 달걀도 있지만 진로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달걀들이 많아서..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가까이 있었다면 전해줄 수 있었겠지만 멀리 있어서 맛있는 구운계란대신 만드는 법을 알려 주었다. 워낙 요리에 취미가 있고 재능이 있는 친구라서 맛있게 만들어 먹었을 것이다.  고3이 된 수험생형과 어머니 아버지에게 집에 있는 달걀로 구운달걀 간식을 만들어 드리라고 했다..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농장일을 하고 있을 내일학생과 선생님들을 떠올려 본다.

파아란지구농장의 황금알이 가고 싶은 곳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로,  달걀이 원하는 진로를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달걀이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도록 달걀의 존재를 알리는 일을  도와가야 겠다.

 

 

진로를 모색중인 고3학생들에게.. 시험을 앞두고 스트레스 많은 학생들에게..

스트레스 없는 행복한 내일란이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에너지와 힘이 되면 좋겠다.

학생들 뿐 아니라 새로운 길을 찾고,  새롤운 길을 열어가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전해져서..

정말 원하는 길을 찾는 활욕과 에너지가 되면 좋겠다.

 

 

 

 

충전의 날,  쉼과 여유로운 일상생활에 깊이 감사드린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앞날을 격려하고 서로 도우려는 마음나눔에 깊이 감사한다.

내일을 위하여, 오늘을 더욱 성실히 살아가고자 애쓰는 우리에게 깊이 감사한다.

차가운 마음, 그냥 거기서 부터 다시 시작해 보려는 움직임에 감사한다.  

 

 

 

 

2013. 7.21(일) 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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