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빛그리미 조용히 개원하다

전에도 내일학교 이동수업등으로 제주는 자주 다니기는 했었습니다만. 출장이 아니라 발령을 받고 제주 이주한 것은 2014년이었습니다. 2014년은 엄청난 해였습니다. 최악의 사건이 나는 바로 그날 제주로 이동했습니다. 김포공항에서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발권을 했고, 무조건 전원 구조일 것이라고 아무런 근거없이 믿었고, 제주에 도착해서 위미로 넘어가서는 배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는 소식을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마음빛그리미 개원준비를 하려고 왔지만 저도, 저희 학교 선생님들도, 그리고 온국민들이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슬픔과 분노에 휩쌓여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땅한 개원식도 없이 조용히 마음빛그리미 사진갤러리는 문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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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 부럽?

사진갤러리를 열어놓고 운영을 하다보니, 사람들이 저를 진심으로 부러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정원을 가꾸고, 사진을 걸고 있군요~~ 나도 정말 이렇게 살고 싶다~~" 라고 찬사를 보내곤 했었습니다. 저도 3개월은 그랬죠. 행복했습니다. 제주의 자연 하나만으로도 참 행복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아름다운 로망, 의미있는 문화사업이라 할지라도 현실이 되면 그건 생존이었습니다. 시간이 갈 수록 적자폭이 커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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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 미깡이우다!

궁여지책으로 참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었답니다. 옆집 해녀삼춘이 야단을 치시기 전까지는요. "여기 매꼬롬 앉아서 뭐햄시니. 저기 귤이나 타고 물질이나 하민 먹고는 살지. 이거 어떵할꺼니? 아이고. 이거나 먹어라. 미친년들." 하면서 귤을 주셨습니다. 그때... 결심했습니다. 그래, 귤을 팔자!!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서 저는 위미쪽 밭의 속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희철삼춘네는 주로 생선뼈다귀로 퇴비를 만들어 줘서 나무가 튼튼하다는 것, 부녀회장님에 타이팩은 누구 줄 것도 없이 전량 최고가로 상인에게 넘어간다는 것, 은정씨네 한라봉은 맛이없다는 것, 남원석재 레드향이 짱이라는 것, 그리고 해녀삼춘네 밭은 비탈에 돌이 많아서 위미 컨테스트에서 1등을 했고 주로 감퇴 비료를 쓴다는 것. 바로 앞의 밭은 비슷한 지대인대도 당도가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 (그게 참 신기하더라구요. 불과 10m 거리인데도 귤맛이 전혀 다릅니다.) 기타등등 기타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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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해녀 삼춘

다음해 여름 저희는 정말 열심히 삼춘을 도왔습니다. 감퇴를 널어 말려서 그걸 밭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저희가 해드렸죠. (삼춘은 차가 없는데 삼춘집에서 밭까지는 약 4km 걸어가셔야 하거든요. 저희가 돕기 전에는 그걸 등짐으로 다 옮기셨다는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즈음 부터인가 삼춘은 답답한 일만 있으면 마음빛그리미로 오셨습니다. "형광등 나갔다. 갈아주라." "전화기고장났다. 어떵헐꼬" "이거 무시기니. 눈이 어두워 읽지를 못한다. 너 읽어주라." "밥은 먹언? 이리오라. 밥하영이시니 먹으라." 낮에는 물질 저녁엔 검질하면서 생활하시는 해녀삼춘이랑은 재미나게 잘 지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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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작년인가 사고가 났습니다. 해녀할망 한 분이 물질갔다가 돌아오지를 못하셨죠. 옆집 삼춘 친구분이였어요. 그 이후로는 삼춘네 자식들이 물질을 절대 못하게 했고, 삼춘도 기력이 쇠해서 나다니실 수가 없었습니다. 충격도 크셨던 것 같구요. 그러더니 올해는 검질도 못하고 살콤살콤 병원만 다니시더니 귤타는 철이 되었습니다. 삼춘은,  "난 못할켜. 못한다. 니들이 가서 귤타라."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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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깡탈 때 고라줍서

제주에서 귤타는 철엔 귤을 타줘야 합니다. 동네와 교류하고 어울리고 싶다면 케잌같은 걸로는 안됩니다. 귤타는 철에 귤을 타주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선물이됩니다. 너무너무 바쁘고 힘든 시기라서 지나가는 개한테도 귤을 타라고 할 정도라고 해요. 귤탈 때 도와주지 않는 자식에게는 밭도 물려주지 않는답니다. 왜그런고 했더니 12월이 지나기 전에 귤을 모두 타야 나무가 건강하고. 그래야 다음해에 좋은 귤을 또 생산하기 때문이고요. 철에 맞게 출하가 되지 않으면 값을 제대로 받기 어렵고요. 더욱이 비나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공쳐야 하니까 일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요. 어떤 집은 여름부터 와서 겨울 귤타달라고 미리미리 로비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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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삶의 현장, 미깡타우다.

아무튼 이러한 연고로 제가 귤밭에 투입이 됐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저는 봉화에서 닭을 치다가 왔습니다. 25kg 사료 들고 뛰기, 부엽토 만들기, 예초기로 풀베기, 삽질하기, 달걀포장하기 그런 것은 해봤지만 귤은 처음이었거든요. 새벽녘에 밭으로 출발했습니다. 정류장마다 귤타는거 돕기위해 차편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하영 나와있수다게. (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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