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인 청명원 주변에 무성하게 자라나는 풀들은 매년 골칫거리였다. 날이 따스해지면 미친듯이 자라나 순식간에 정글을 만들어버렸다. 예초기를 들고 고생스럽게 베어둬도 잠시뿐이었다.
풀이 무성하면 다니기도 번거롭지만, 더 큰 문제는 뱀을 엄폐해준다는 것이다. 샌들 신고 룰루랄라 앞뜰에 나갔다가 뱀에 물려 아이가 머나먼 응급실로 실려가는 일을 두어 번 겪다보면 이게 말 그대로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그런데 세상에, 닭이 풀을 주식으로 하는 잡식동물이었을 줄이야... 우린 소만 풀뜯고 사는 줄 알았지 닭들이 그렇게 풀에 환장하는 줄은 정말 몰랐다. 어찌나 풀을 좋아하던지 모이통에 모이가 그득해도 풀만 오면 거들떠도 안보고 정신없이 뜯어먹느라 바쁘다.

방목을 시키면 손쉽게 풀을 뜯게할 수 있지만 요새는 '알낳기학습'기간이라 실내의 알낳는 상자에 알을 낳도록 훈련을 시키다보니 방목이 어렵다. 해결책은 낫으로 풀 베기. 더 지나면 풀이 억세어져서 맛이 없어진다. 지금 베어두면 밑둥에서 보드라운 새싹이 다시 돋아나 먹기좋은 풀이 계속해서 자랄 것이다. 풀먹은 닭이 낳은 달걀은? 당연히 엄청 맛있지!!
항상 부담스럽고 귀찮던 풀들이 금싸라기로 보인다니, 세상은 참 요상하고 재미있게도 만들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