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일지 – 초란>
아이들이 달걀을 낳았다.
아직 몸집도 쪼꼬만한 것들이… 달걀을 낳았다.
처음으로 6기들의 몸집처럼 조그만 달걀을 마주했을 때는 ‘헐’ 소리 밖에 안 났다. 그리고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니 벌써 알을 낳았다고? 벌써 알을 낳았다고? 이런 경사가…! 아니, 경사가 아닌가? 애들이 저렇게 작은데, 벌써 알을 낳았다고? 왜 그러지? 왜 벌써 알을 낳았지? 그보다, 너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짝짓기 시도를 왠지 많이 하더라니..’
예전에 기쁜빛님의 농장 웹툰을 본 것이 있다. 처음으로 짝짓기하는 모습을 봤을 땐 고등학생인 딸이, ‘엄마, 저 아기를 낳았어요.’ 라고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그 기분을 격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근데 나는 고등학생이 아니라, 중학생 딸처럼 느껴졌다. 고등학생은 무슨, 다 크지도 않은 애기들이 벌써 알을 낳고 있단 말이다! 중학생 딸이 해맑게 웃으면서 ‘엄마! 저 아이가 생겼어요!’ 라고 말하는 듯한 기분이었단 말이다!
6기들이 아직 조그마한 상태에서 알을 낳은 건, 분명이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기쁜 마음은 어쩔 수 없이 들었던 것 같다. 애들이 벌써 알을 낳다니… 크흑! 벌써 이렇게 컸나.. 하면서 조막만한 게 삐약 삐약 대던 때가 생각나기도 하고.. 얼른 몸집도 크고, 산란 상자도 들어오고 하면서 건강한 달걀을 쑴풍쑴풍 낳는 엄마닭들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동네방네 야단법석을 떨며 이야기를 주고 받던 초기 시절이 떠올라요